“정쟁에 순위 밀려 간호법 폐기”…간호협회, 정치권에 사과 촉구
21대 국회 임기가 29일 종료되면서 간호법 제정안도 자동 폐기 법안 목록에 포함됐다. 간호사들은 “허탈하다”면서 “22대 국회에서는 간호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안 자동 폐기에 실망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차 간호사 민지씨(32)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말로만 ‘간호사들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 같아 크게 실망했다”며 “생명과 연관된 의료 인력이 정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국민을 생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도 “그간 다른 직능과 충돌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양보해서라도 간호법을 통과시키고자 했던 당사자들의 의지가 무산됐다”며 “간호법이 당장 통과돼도 현장이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게 아닌데 법안이 폐기되면서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은 더 요원해졌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에 “간호법 폐기에 공식 사과하라”고 했다. 협회는 법안 폐기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상정되지 못한 것도, 법적인 충돌이나 개선사항 필요로 인한 미상정도 아닌, ‘시간이 없다’는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이유였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치가 이어지면서 법안을 의결해야 하는 보건복지위원회 회의 일정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로 21대 국회가 종료됐다.
간호사들은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신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바로 처리해야 한다”며 “현장의 간호사들은 ‘간호법도, PA(진료 지원) 간호사 법제화도 안 된 상황에서 불법으로 내몰릴 수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하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도 “여야가 간호법 제정을 각각 당론으로 채택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를 추진하고, 의료개혁에 앞서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밝혔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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