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AE와 ‘CEPA’ 체결…아랍권 국가와 첫 자유무역협정

양국 정상, 회담 후 서명…“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 개방”
원유 수입관세 10년간 단계적 철폐…게임·의료시장도 개방

국기에 대한 경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 국빈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빈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아랍권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CEPA를 체결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전날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차담 및 만찬 등 친교 일정을 소화했다. UAE 대통령의 최초 국빈방한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1년4개월 만에 상호 국빈방문이 이루어지면서 협력의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최상의 상태에 이른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과 UAE의 관계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한국과의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UAE를 국빈방문한 바 있다.

김 차장은 “CEPA는 양국 간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환경을 촉진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EPA는 FTA에 투자 등이 더해진 개념이다. UAE와의 지난해 교역 규모(208억달러)는 아랍권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CEPA 체결에 따라) 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시장이 개방된다”며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류, 기계류, 자동차·전기차,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의 관세가 즉시 사라지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인삼류, 조미김, 멸치, 전복 등 한국 주요 농수산물의 관세도 없어진다. 박 수석은 “원유의 경우 현재 수입관세가 3%인데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고 했다.

UAE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한국에 최초로 개방했다. 의료시장도 개방돼 UAE 현지에서 병원을 개원하거나 UAE 환자를 원격진료할 수 있게 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UAE 국빈방문 계기로 약속받았던 UAE 국부펀드의 300억달러 투자 공약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UAE 측은 300억달러 중 60억달러에 대한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양국 간 공동원유비축사업 확대 논의를 위한 MOU도 체결됐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우리 기업 간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도 체결돼 한국 기업이 총 6척(약 15억달러 규모)의 LNG 선박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