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진표 "좌표 찍고 ‘수박’ 규정, 대화·타협 어렵게 해"
21대 국회를 끝으로 의원 생활을 마무리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우리 경제나 사회문화나 예술이나 다 성숙도가 높아지는데 정치는 아직도 계속 옛날 독재정권, 군사정권 때 대결, 갈등의 정치가 계속 그대로 남아 있어서 참 안타깝다"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김 의장은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려면 여야가 공존할 수 있어야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 퇴임식을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쳤다.
김 의장은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협치를 제도화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선거제 개혁이었다"며 "그걸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제가 짜낼 수 있는 모든 건 다 짜내서 전원위원회도 해보고 여론조사도 하고 공론조사도 하고 해서 정말 말(馬)을 물가까지 다 끌고 갔었는데 마지막에 물을 먹이는 데는 실패를 해서, 그걸 못 이룬 것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이번만 해도 이번에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71석을 더 많이 당선시켰는데 실제로 득표율에서는 5.4%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늘 사표가 40% 이상이 되니까 이 국민의 뜻이 실제 결과로 연결해서 잘 나타나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는 선거제 그리고 그런 선거가 결국은 뭘 만드냐 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표만 이기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자꾸 진영정치, 팬덤 정치와 결합을 해서 나쁜 방향으로 작용을 한다"며 "5년 단임제하고 또 결합을 해서 5년만 견디면 된다 하고 여야가 극한적인 대립을 해서 자기 진영만 결집시켜서 한 표만 이기면 당선되니까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또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연금개혁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으나,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반대로 불발됐다.
김 의장은 "국민연금이라고 하는 것은 전 국민에게 이해관계가 있기에 2007년에 모수개혁을 한번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못 했다"며 "개혁이 시급한데 왜 못했냐 하면 바로 모수개혁 때문에 못 했다"고 했다.
이어 "모수개혁이라는 건 부담률을 우선 높여야 되는데 사용자 단체 또 노동단체 다 부담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니까 이게 합의가 안 됐다"며 " 그런데 이번에 공론화 국회 예산을 20억 가까이 쓰면서 공론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 그분들이 다 대표가 참여해서 서로 깊이 합숙하면서 토론하고 이해하고 그러면 9%를 13%까지 올리는 데 합의를 했다.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과거에는 여당이 먼저 '그거(모수개혁)라도 하자'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채상병 특검' 때문이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다"며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데 특검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야당이 '채상병특검법'을 밀어붙인 데 반발해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에도 합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정부·여당을 향해 "독재정권 때 야당이 하던 정치를 여당이 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야당과 협력할 수 없다는 식의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전날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예정에 없다가 추가로 상정돼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안 등을 두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하리라 믿고 표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장은 "기록을 보니 상임위 소위에서 여야가 실질적으로 합의해 통과시켰는데, 그 법안까지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여당은 재의를 요구할 때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깊이 생각하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당내에서 후임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과정을 회상하며 당내 민주주의의 회복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좌표를 찍고 누구를 소위 수박으로 규정짓고 쫓아내는, 그것은 대화와 타협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자기주장을 소신껏 야당 내에서 당내 민주주의로 주장을 해야 되고 그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서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대표로서 올바른 판단과 토론과 표결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국회의장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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