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안정보험, 양곡법 개정안 대안 될까

안광호 기자 2024. 5. 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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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품목 10년째 시범사업…손해산정 애로·시장 왜곡 우려 평가
“재정 부담 적다” 강조만…민주당 “거부권 정당화 위한 정책” 비판

양곡관리법(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에 반대해온 농림축산식품부가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수입안정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금 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수확량 등 농가 소득 파악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 품목에 쌀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확대·개편안을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나 시장가격 하락으로 보험에 가입한 농가의 수입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면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현재 적용 품목은 콩·양파·포도·마늘·고구마·가을감자·양배추 등 7개다. 보험료는 중앙정부가 50%, 지자체가 약 35%, 나머지는 농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에 쌀을 추가하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양곡·농안법 개정안을 통한 방식보다 재정 부담이 적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양곡법 개정으로 투입되는 예산이 연간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쌀 농가의 70%가 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하면 6분의 1 수준인 1279억~1894억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농가에 책임성을 부여하면서 수입도 보장할 수 있어 농산물 수급 안정과 소득 안정 등 두 가지 다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입안정보험 시범사업을 평가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수입 안정 효과는 분명하지만 손해평가 애로와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선 “농작물재해보험보다는 농가 경영위험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우월하지만, 통계·조세제도 미비, 손해평가 애로 등으로 주요 품목으로 확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투기적 성격의 가입 가능성, 기존 주산지의 가격 결정권으로 인한 시장 왜곡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보험금을 산정하려면 근거가 되는 수확량과 가격 등 소득 자료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입 농가 전수조사를 하기 쉽지 않아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산지에서 수확량과 가격을 담합할 경우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한계다.

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농안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반도 갖춰져 있지 않은 정책을 서둘러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몇년 예산 규모만 봐도 농식품부는 사업을 전면 확대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작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올해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내년 본사업 진행과 함께 보험 적용 품목에 쌀이 추가되는 등 방향성이 전면 바뀌었다”고 말했다. 수입안정보험 예산은 2020년(53억원) 정점을 찍은 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5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 8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수입안정보험 품목에 쌀을 추가하더라도 일부 주산지 중심 시범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양곡·농안법 개정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방침이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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