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늘어나는 후분양 아파트…자금마련 서두르돼 미분양도 유의해야

박순원 2024. 5.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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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후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실내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서울의 한 후분양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소비자가 아파트 실물과 주변 인프라를 직접 보고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최근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이 늘고, 협상이 지연되면서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가 '후분양' 형태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후분양 아파트는 선분양과 반대로 아파트 건설 공정이 80% 가까이 끝난 후 분양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분양제는 구매자들이 조감도만 본 상태로 몇 년 후 완공될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후분양 제도는 구매할 주택의 건설 상황을 직접 확인한 상태에서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선분양은 공사 진행 중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후분양은 부실시공 문제 발생 시 청약을 피할 수 있어 부실시공 피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후분양은 선분양에 비해 자금 마련 기간이 촉박하고, 분양가가 비교적 비싸다는 단점도 동반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분양 투자 시 아래와 같은 사항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후분양 아파트, 부실시공 우려 덜고 입주도 빨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서울·수도권에서 후분양 형태로 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세대)'와 경기 광명 '트리우스 광명(3344세대)' 시작으로, 올해 초 서울 서초구 '메이플 자이(3307세대)' 등이 모두 후분양 형태로 시장에 나왔다.

소비자가 이들 단지에 청약할 경우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선분양은 청약 당첨 이후 입주까지 3~4년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이들 후분양은 1년 내로 입주할 수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가 상당 부분 지어진 모습을 보고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분양은 모델하우스에서 모형도·조감도만 보고 청약 결정을 해야 하는데, 후분양은 건물 주변 인프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계약할 수 있다.

선분양은 잔금을 납부 했어도 공사 기간 지연 등으로 입주가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후분양은 이런 점에서도 자유롭다. 지난해 인천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 아파트 단지는 청약 당시 작년 3월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공사 지연으로 입주 시점이 5월 이후로 3개월 늦어진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해 청약자들은 자금과 이사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반면 후분양 아파트에선 이 같은 입주 지연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부실시공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부실시공과 하자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신규 입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 분쟁은 2018년 3800여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 이후에는 분쟁 건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지은 뒤에 분양에 나서는 후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이후 광주와 인천 선분양 아파트에선 건물과 주차장이 붕괴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2년 광주 화정동 일대에선 아파트 한 동의 상층부가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2023년 인천 검단에선 시공사가 아파트 건설 공사 중 주차장이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후분양은 아파트 공정이 진행된 후 청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덜 수 있다. 그만큼 부실시공과 하자 여부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분양가 비싸고 미분양 가능성 예측 어렵다는 우려도

하지만 후분양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분양은 분양가 상한제 등을 적용받아 아파트 주변에 비해 시세가 비교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후분양은 아파트 건설 기간 중 발생한 건설 원자재 가격 증액 분을 분양가에 포함할 수 있어 분양가가 높은 편이다. 후분양에선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입주가 빠른만큼 계약 후 잔금 납부까지 자금 조달 기간이 짧다는 것도 단점이다. 선분양은 입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계약금 △중도금 △잔금 방식으로 분양가를 나눠 납부한다. 반면, 후분양은 계약부터 입주까지의 기간이 1년 안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목돈이 미리 준비돼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분양가를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신규 아파트 재당첨 제한이라는 규제에 묶이게 될 수 있다.

미분양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작년 하반기 분양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경기 광명 '트리우스 광명'의 경우 올해 입주를 앞둔 곳이지만, 현재까지 미분양 세대가 남아있는 아파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상도동의 '상도클라베뉴푸르지오'는 이달 7일 49가구 모집하는 임의공급 5차를 진행했는데 모두 1443명이 신청했다. 청약 평균 경쟁률만 29.44대 1이기 때문에 완판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8가구에 그쳤다. 준공 이후까지 미분양 세대가 남아있으면 남으면, 해당 단지 매매 가격은 줄하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올 하반기에도 후분양 아파트 쏟아진다…투자해 볼만한 곳 어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도 서울 주요 아파트는 후분양 형태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우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가 오는 7월 후분양으로 시장에 나온다. 이 아파트는 6월 준공을 앞둔 곳이어서 '준공 후 분양' 아파트다. 업계에선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84㎡ 분양가가 20억원 초반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지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실거래 가격이 40억원대에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펜타스 당첨자는 매각 시 2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올 하반기 강남구 청담르엘(1261세대), 송파구 잠실 래미안아이파크(2678세대) 잠실르엘(1865세대)도 모두 후분양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내년 입주를 앞둔 곳으로, 업계에선 1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이 있는 단지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북권에서도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827세대)가 청약시장에 나와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후분양 아파트는 건물 실물과 주변 인프라를 직접보고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첨 후 입주까지의 시간이 짧아 자금 마련을 미리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후분양 아파트가 곧바로 완판되지 않아 미분양 세대가 남으면 자산 가치가 하락하게 될 수 있으니 이런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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