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2023년 8월 경호처장·행안부 장관과 수차례 통화

유경민 2024. 5. 2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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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외압의혹 증폭
조사결과 회수 뒤 처리방향 논의 때
尹대통령과 직접 통화 외에도
김용현·이상민과 최소 8차례 연락
李 ‘독자 판단’ 주장에 의구심
소통배경·논의 여부 수사 대상
공수처, 김계환 휴대전화 포렌식
‘VIP 격노설’ 대화한 내용 확보

대통령실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뉴스1
이들이 전화를 주고받은 시점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회수한 후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때다. 이 전 장관이 당시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것 외에도 대통령실 내 측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밀접하게 소통해 온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29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최소 여덟 차례에 걸쳐 김 처장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8월2일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당일 오후 회수한 이후로, 회수된 사건의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때다.

당초 7월30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고한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결재했던 이 전 장관이 돌연 결재를 번복해 이첩을 보류시킨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해병대 수사단이 추린 8명의 혐의자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취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해병대 예비역들 사이에서는 ‘임 전 1사단장이 김 처장 등에게 줄을 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되는 것을 막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 전 장관이 해당 시기 통화에서 이들과 해병대 사건 처리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그간 채 상병 순직사건 자료 이첩 회수와 사건을 이첩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 수사 지시 등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전후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독자 판단’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전 장관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8월4~7일에 최소 5차례 통화했고, 3차례 문자가 오갔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8월2∼8일에는 윤 대통령과 4회 통화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들인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8월2일 문자 1회·통화 1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8월8일 통화 1회),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8월4일 통화 1회),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7월31일∼8월4일 통화 3회) 등과도 연락했다.

해당 시기 그의 통화 기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8월2?6일 통화 3회), 방문규 당시 국무조정실장(8월3일 문자 1회, 통화 3회)도 있었다. 여당 의원이던 국민의힘 신원식(7월28일 문자 3회·통화 1회), 강대식(8월1일 문자 3회), 성일종(8월7일 통화 2회) 의원 등과도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 통화를 채 상병 문제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라며 “안보실장이든 국방장관이든 대통령과 여러 번 통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경호처장은 군·경찰과 합동 경호를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경호처장과 국방부 장관 간 통화는 자연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김 처장과 이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관계로 사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도 이날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 중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부분은 결단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김 사령관이 해병대 방첩부대장 A씨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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