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선언] "민노총 가입 명분쌓기 아닌가"… 고의파행설에 노노갈등도
일각 "'투명한 임금제'는 명분"
재계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내부 불만은 물론 노·노갈등까지 일고 있다. 전삼노는 전날 사측이 임금협상 제시안을 들고 나오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는 민노쳉290가입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고의 교섭 파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3% 이상 하락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전날 8번째 교섭 자리를 가졌지만 결렬됐다. 손우목 전삼노 노조위원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일 저를 에스컬레이터에서 밀어 넘어지게 만든 피의자 2명을 교섭에 참석시켰다. 이 둘을 교섭자리에 제외할 것으로 요청했지만 사측은 거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블라인드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삼노 핵심 간부가 사측 교섭위원들에게 고성과 막말, 삿대질을 계속하면서 더 이상 협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에 사측 위원들이 퇴장한 것이라는 제보가 이어졌다.
이에 내부에서는 "전삼노가 금속노조 가입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교섭을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삼노가 '투명한 임금제도'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교섭 결렬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해 연대 발언에서 "금속노조는 소속과 상급 단체를 넘어 삼성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겠다. 금속노조 19만 조합원과 전국 삼성노조를 지지하며 연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같은 노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행보와 민노쳉290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전삼노의 회사를 공격하는 행위와 타 노조 비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삼노의 타계열사 노조·회사에 대한 비방 행위는 상생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의 상식과 반한다"고 비판했다. 초기업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쟁의나 시위를 통해 협상력의 우위를 높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 삼성 제품 불매운동, 국내외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방하는 등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초기업노조는 5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1만9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최근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민노쳉記267초기업노조에 속한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를 전삼노와 연대시키기 위해 작년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열린노조가 방향성이 맞지 않다며 연대를 거부하자 전삼노는 돌연 열린노조를 '사측 어용 노조'라고 비방했다.
열린노조는 이에 상급단체 없음, 불필요한 파업 지양, 정치적 중립 등 자신들의 방향성을 공유했지만, 민노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식한 소리"라고 비난한 사실도 있다고 전했다. 전삼노는 현재 한국노총 산하다.
전삼노가 다음달 7일 2만84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단체 연차를 사용하게 한 것을 놓고도 불만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6일이 현충일이라 7일 연차를 내고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며 "전삼노가 7일 파업하기로 해 괜한 오해를 살까바 걱정된다"고 귀띔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3.09% 내렸다. 전삼노 조합원 규모는 2만8400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23%가량 수준으로 당장의 셧다운(일시가동 중단)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노조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깎일 여지가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돈을 빼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협상에서는 노조가 먼저 임금인상폭이나 성과급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반도체 시장이 AI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무리한 파업 강행은 셧다운을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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