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첫 비수도권에서 뛰는 ‘삼성맨’ 박병호 “누구보다 노력할 것…KT 팬분들에겐 약속 못 지켜 죄송”[일문일답]
트레이드로 삼성에서 새로운 기회를 받은 박병호(38)가 이적 후 심경과 각오를 밝혔다.
박병호는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 좀 잘해야하는데라는 걱정들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전날 박병호는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최근 박병호가 소속팀 KT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KT는 카드를 맞춰보다가 삼성과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오재일이 KT로 옮겨가게 됐다. 삼성은 좌타자가 많아 우타 자원이 필요했다. 속전속결로 트레이드가 진행됐고 28일 경기가 끝난 뒤 공식 발표됐다.
박병호는 대구에 합류하자마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몸 상태를 체크했고 수비나 타격할 때 큰 문제가 없어서 선발로 나가기로 정리했다”고 했다.
새 팀에서 부활을 다짐한 박병호는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병호와의 일문일답.
-야구장으로 오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많이 어색했다. 어제 트레이드 이야기를 듣고 운전하면서 내려왔는데 3시간 동안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트레이드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나이가 있는 상태로 와서 좀 걱정도 많이 됐고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인데, 좀 잘해야되는데 하는 걱정들이 많이 들었다.”
-삼성 동료들이 어떻게 환영해줬나.
“기존에 알던 선수도 있고 나이대가 비슷한 선수들은 잘 아니까 반겨줬다. 알다시피 트레이드 당사자가 오재일이지 않나. 나도 재일이랑 원래 굉장히 친한 사이인데 삼성 선수들도 팀 동료들을 떠나보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런게 있었다. 재일이와 이야기를 했는데 운명이 이렇게 됐지만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팀을 바꿨어도 마무리가 잘 되는 쪽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어제 그럼 KT와 두산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잠시 들렀다가 온 것인가.
“선수들 끝날 때 맞춰서 가서 이강철 KT 감독님부터 구단 관계자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인사 한번 하고 내려왔다.”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뭐 어떻게 하겠냐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삶이 그렇기 때문에 가서 잘하는게 우선이고 그런거는 크게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잘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 아닌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나 또한 그런 걸 기대하고 싶다. 나는 장타력이 떨어지면 가치가 떨어지는 유형이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내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라팍에서 기억은 좋은가.
“내가 생각해도 한번씩 시리즈 하면 하나씩은 쳤던거 같다. 야구장이 집중도 잘 되고 좋았던 것 같다.”
-트레이드에 관련해서 외부에 알려진 시점 등 여러가지 시각들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이야기는 4월부터 나왔다. 내가 경기에 많이 못 나가고 있는 상태였고 구단에서도 2년 동안 쓰다가 신경이 쓰였다. 감독님도 대수비도 편하게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5월은 두달째가 되는 시점이었다. 그 때 말씀드렸다.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걸 알고 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두는게 맞는거 같다고 했다. 이제 그만두는 쪽으로 처음에 대화가 시작되다가 조금 기다려보자고 했다. (구단에서) 이렇게 은퇴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냐고 해서 다시 알아보고 그게 안 됐을 경우에 웨이버공시가 되어서 다른 팀을 알아보는 쪽으로 대화가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를 못 나가서 저와 구단이 싸우면서 헤어지는 쪽으로 비춰지는 것들도 있는데ㅐ 약간 오해가 있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나도 은퇴를 마음 먹고 감독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울컥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오해가 생긴것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감독님을 뵈었는데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하셨다. 너가 삼성 가서 마지막 야구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그런 격려를 받았다. 저도 감독님에게 KT와서 정말 감사했다고 이야기를 잘 마무리를 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과도 가깝게 지냈다고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선수 생활 마지막, 그리고 코치님이 된 후, 그리고 대표팀에서도 같이 지냈다. 이번 트레이드가 각 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필요한 부분을 해야되기 떄문에 앞으로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빅리그 커리어가 있지만 KBO에서는 주로 수도권 팀에서만 뛰지 않았나. 비수도권팀에서 처음으로 야구 인생을 이어가게 됐는데.
“냉정하게 생각을 해봤다. 야구 선수들이 트레이드를 할 때 선수 의견보다는 팀끼리 하지 않나. 나도 이런걸 한번 적응해봐야되고 그런 과정을 보내고 있고 이런 것도 야구 선수의 삶으로서의 경험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
-이강철 감독이 은퇴하기에는 이르다라고한건 아직도 박병호라는 선수가 보여줄 게 많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은퇴를 상상을 해봤는데 깔끔하게 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부진해서 깔끔하게 못 할 것 같았다. 감독님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불편함도 있었다. 삼성에 가면 KT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기회를 가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 삼성을 컨택한 이유도 야구장 환경도 생각하셨을 거 같은데 정말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삼성에 김영웅 등 젊은 선수들이 많다. 박진만 감독도 먼저 다가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걸 바라셨다. 고참으로서는 당연히 해야될 역할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수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서 다가가서 먼저 대화도 많이 해볼 것이다. 도움이 될 게 있으면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야구 외적인 역할들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일단 친해지는 게 우선일 것.”
-오늘은 지명타자로 나가는데 1루 수비는 언제부터 가능한지.
“트레이드로 오긴 했지만 잘 해야 모든게 다 되지 않을까 싶다. 수비 나가는 것에 대해서 몸 상태 혹은 불안감이 없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기용하시는 방향대로 할 것이다. 데이비드 맥키넌 선수가 1루를 하고 있지만 휴식 하게 될 때나 어떤 상황에서든지 수비도 나갈 수 있게 준비를 계속해야 할 것.”
-오자마자 만나는 팀이 키움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냥 좀 웃겼다. (오)재일도 두산이랑 경기하지 않나. 어제 안그래도 키움 선수들에게도 연락도 받았다. 큰 의미는 사실 없다. 팀을 옮겨서 예전 팀을 상대로 하는 건데 유니폼 색깔만 바뀌었다 생각하고 똑같이 열심히 서로 잘 해야죠.”
-평소 삼성이란 팀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올해는 다르게 많이 느꼈다. 타자의 입장에서 이기고 있을 때 필승조들의 역할이 올시즌 강해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김영웅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활약을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 선배들과 후배들이 역할을 잘해서 ‘케미’가 좋다고 느꼈다.”
-곧바로 선발 출전을 해서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약간 그런 면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는 몸 상태만 고내찮으면 경기 감각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나가는게 맞다고 하셨다.”
-훈련 정상 소화 했는데 감이 어떤지.
“솔직한 마음으로는 약간 붕 떠 있었다. 그래서 연습할 때 어려움도 있었는데 이 시간이 지나가면 적응이 되니까 컨트롤을 잘 해야될 것 같다.”
-급하게 내려와서 이제 어디서 살게 되는가.
“아직 못 구했다. 어제 호텔에서 잤다. 구단측에서 도움을 주신대서 기다리고 있다.”
-삼성 팬들은 국민 타자 박병호의 모습을 기대할텐데 자신있나.
“자신보다는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로 왔으니까 이 팀에 어떤 활약을 해야하는지 수치로 말 안해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노력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KT 팬들이 많은 성원을 보냈는데 할 말이 있다면.
“아시다시피 2년 전 KT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할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줬다. KT에서도 다시 한번 홈런왕도 했고 2년 동안 가을야구 진출도 했고 KT 팬분들도 굉장히 열광을 많이 해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KT라는 팀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결국 구단 입장에서도 마지막날까지 제 앞날을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해주셨다. KT 팬분들에게는 죄송한게 선수 생활 마지막을 KT에서 하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를 해왔었고 상상을 해왔는데 그 부분을 지키지 못하고 중간에 떠나버린 선수가 된 거기 때문에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그런 부분에서는 감사하다가도 결국 많은 죄송한 마음이 든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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