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트레이드' 오재일 "삼성 선수들과 따로 미팅하지 않았다" 왜? (일문일답)

▲ KT로 트레이드 이적한 오재일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KT 선수단에 합류했다. ⓒ윤욱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깜짝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KT와 삼성은 지난 28일 1대1 맞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박병호(38)가 삼성으로 가고 오재일이 KT로 가는 '맞교환'이었다.

KT는 최근 박병호가 구단에 방출을 요청하면서 트레이드를 모색했고 삼성과 맞트레이드를 성사하기에 이르렀다. 나도현 KT 단장은 "오재일은 팀에 필요한 좌타 거포 유형의 자원으로, 영입을 통해 팀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오재일을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재일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KT 선수단에 합류했다. 전날(28일) 대구 키움전에서 9회말 대타로 나와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이 '작별 인사'가 될줄 몰랐던 그는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서울로 올라왔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이 풀타임을 한번도 치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같이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또 오재일이 왼손타자이기 때문에 상대 투수에 맞게 잘 활용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오재일에게 '마음 편하게 하라'고 했다.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만루 상황에 걸리면 항상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였다. 그런 점들을 기대한다. 수비야 워낙 잘 하는 선수라 문상철과 함께 같이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KT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오재일은 "어제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소식을 알게 됐다. 그래도 홈런으로 팬들께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면서 "아무래도 잘 맞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보니까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이날 오재일은 일단 벤치에서 대기한다. 이강철 감독은 "대구에서 급하게 올라왔으니 선발로 출전은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천성호(2루수)-강백호(지명타자)-문상철(1루수)-김민혁(좌익수)-황재균(3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로 이어지는 선발 타순과 선발투수 원상현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오재일은 2005년 현대에 입단한 선수로 데뷔 첫 시즌에는 1경기만 나오는데 그쳤다. 오재일이 상무를 다녀오자 현대는 히어로즈로 바뀌어 있었다. 오재일의 성장은 더뎠다. 2009년 타율 .197 4타점, 2010년 타율 .133 1홈런 9타점, 2011년 타율 .230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친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이성열과의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2015년 타율 .289 14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기량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였고 2016년 타율 .316 27홈런 92타점, 2017년 타율 .306 26홈런 89타점, 2018년 타율 .279 27홈런 80타점, 2019년 타율 .293 21홈런 102타점, 2020년 타율 .312 16홈런 89타점을 폭발하며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를 만끽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5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오재일은 그해 타율 .285 25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면서 삼성이 6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로 진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22년에도 타율 .268 21홈런 94타점으로 활약을 이어갔지만 지난 해에는 타율 .203 11홈런 54타점으로 부진했고 올해도 타율 .234 3홈런 8타점을 기록하면서 기나긴 슬럼프에 시달렸다. 결국 시즌 초반 2군으로 내려가야 했던 오재일은 지난달 12일 NC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복귀 이후에는 타율 .321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면서 한층 나아진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개인 통산 성적은 타율 .275 207홈런 836타점. 이제 KT 유니폼을 새로 입은 오재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 KT로 트레이드 이적한 오재일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KT 선수단에 합류했다. ⓒ윤욱재 기자

▲ KT로 트레이드 이적한 오재일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윤욱재 기자

다음은 오재일과 일문일답.

- 트레이드로 KT에 합류한 소감은.

"어제 저녁에 경기가 늦게 끝나고 소식을 들었다. 짐을 부랴부랴 싸고 오늘 아침에 올라왔다. 방금 운동까지 끝내고 인터뷰도 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웃음)"

- 어제 홈런을 칠 때도 전혀 모르고 있었나.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소식을 알게 됐다. 그래도 홈런으로 팬들께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같아서 다행이다"

-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갑자기 팀을 옮기게 됐다. 이게 잘 된 일인지, 안 된 일인지도 모르겠고 지금도 정신이 없다"

- KT 선수들과 인사는 나눴는지.

"그래도 친한 선수들이 몇 명 있고 다들 야구장에서 오래 봤던 얼굴들이라 어색하지는 않다. 새 옷이 어색해서 그렇지 그것 말고는 편안하다"

- 등번호는 40번을 골랐는데.

"지금 남은 등번호가 몇 개 없어서 그 중에 그나마 나은 것을 골랐다.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번호를 달 수 있으면 그때 다시 바꾸려고 한다"

- 박병호와 연락을 나눴는지.

"전화통화를 길게 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친구끼리 트레이드되는 게 참 웃기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박)병호가 '나 때문에 네가 갑자기 팀을 옮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기 자리에서 잘 하면 서로에게 잘 된 일'이라고 했다"

- 팀이 바뀐 것이 본인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잘 맞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보니까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하고 싶다"

- 박진만 삼성 감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는 너에게 기회일 수 있다. 열심히 잘 하고 다치지 말아라'고 격려해주셨다"

- 삼성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을텐데.

"(원)태인이에게 '조심하라'고 했다.(웃음) 얼마나 컸는지 보겠다고 했다. 또 (오)승환이 형, (강)민호 형, 그리고 (구)자욱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실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했다" (오재일은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원태인을 상대로 타율 .615 5홈런 15타점으로 엄청 강한 면모를 보였다.)

- 삼성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것 같다.

"경기 끝나고 갑자기 모이라고 했고 내가 떠난다고 하니까 다들 많이 놀라워하더라. 그래도 가는 것은 가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새로운 친구 병호를 잘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 주전으로 뛰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은데.

"주전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좋은 결과가 지속되면 경기도 많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전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야구를 즐겁고 재밌게 하는 사람인데 최근에 야구가 잘 되지 않아서 조금 처져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팀이 바뀌었으니 더 재밌게 야구를 하고 싶다. 또 후배들에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런 역할도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 그래도 최근에는 흐름이 올라오는 것 같은데.

"최근 타격감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을 계속 이어가면서 몸 상태도 관리를 잘 한다면 KT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KT가 신흥 명문 구단의 이미지가 있는데 바깥에서 본 KT는 어떤 팀이었나.

"타선도 워낙 좋지만 우선 투수력이 정말 좋은 팀이다. 그래서 굉장히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팀이었다. 이상하게 수원만 가면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 그동안 많이 응원해준 삼성 팬들, 그리고 새롭게 맞이하는 KT 팬들에게 한마디씩 한다면.

"삼성에 있는 3년 동안 정말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 대구에 갔을 때 너무 많은 환영을 해주셨고 지금도 내가 떠난다고 해서 아쉬워 하는 분들도 많은데 내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3년이 될 것 같다. 항상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야구를 할 생각이다. 또 KT 팬들께는 오늘부터 팀에 새롭게 합류했는데 KT가 우승하는데 있어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오재일이 28일 대구 키움전에서 9회말 홈런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오재일은 경기 종료 후 KT로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 오재일이 삼성을 떠나 KT에서 새 출발한다. 양팀은 28일 밤 박병호와 오재일의 맞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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