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품목’ 무기류 관세 철폐… 더 넓어진 K방산 수출 길 [韓·UAE 정상회담]

박지원 2024. 5.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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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19개 합의 내용은
美·中·유럽 등보다 시장 선점 효과
韓에 온라인 게임 서비스 최초 개방
장관급 정례협의 ‘중소벤처위’ 신설
공동원유 비축분 두 배 확대 논의도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에너지·국방·과학기술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날 양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우리나라가 아랍권 국가와 체결한 첫 CEPA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29일 정상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협정·MOU 체결식을 열고 19개 문건에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기존의 산업은행과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간 투자협력채널을 확대해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채널을 구축하는 투자 협력 체계 관련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정상회담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 만에 양국 간 상호 국빈 방문이 이뤄지면서 협력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최상의 상태로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300억달러 투자 공약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데 만족감을 표했고 이번에 UAE 측이 60억달러 규모의 투자 검토에 들어가는 등 투자 협력이 원활히 이뤄진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정식 서명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이날 무바달라와 체결한 투자 협력 체계에 대한 MOU에는 한국의 미래기술, 신산업, 유망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무바달라가 투자 기회를 검토할 체계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랍국가와 첫 CEPA 체결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는 CEPA 체결이 꼽힌다. 한·UAE 간 CEPA는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양국 정부 간의 집중적인 협상을 거쳐 지난해 10월 타결됐고 약 7개월 만인 이날 공식적으로 체결됐다.

한·UAE 양국은 CEPA 체결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동 대상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기계류와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의 품목에 대한 관세도 CEPA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철폐된다. 품목별로는 화물차와 전기차 중 10인승 이상 차량, 인삼류·건조김·과실류 등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자동차 부품, 조미김·오징어 등은 5년 내, 쇠고기·닭고기 등은 10년 내에 관세가 없어진다. 이를 통해 UAE와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경쟁국과 비교해 우리 기업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원유 수입 관세를 철폐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국내 물가 안정 효과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게임, 의료 등 각종 서비스 산업 시장도 개방한다. UAE는 기존에 다른 국가들과 맺은 CEPA와 달리 이번에 우리나라와 체결한 CEPA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시장을 최초로 개방하기로 했다. 양국은 ‘중소벤처위원회 신설 MOU’도 체결했다. 중소벤처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장관급 정례 협의체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중소벤처 전담 장관급 협의체 설립은 양국 모두 처음이다.
◆에너지·안보·과학 분야 협력도 강화

에너지 분야 협력도 크게 강화됐다. 양국은 원유와 수소 관련 협력은 물론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나 원전과 관련해 심화된 약속을 주고받았다.

현재 400만 배럴 수준인 양국 간 공동원유 비축분을 두 배로 확대하는 논의를 위한 MOU가 이날 체결됐다. 이와 관련해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간 원유 공급 비축 물량 확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원유 수급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명 지켜보는 두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국빈 방한 중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UAE 협정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특임장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서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에너지 인프라 제3국 공동진출 협력 MOU도 체결해 양국 간의 에너지 인프라 협력을 제3국으로 확장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의향서에도 서명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최소 6척의 대형 LNG 운반선 수주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약 15억달러(약 2조원)의 발주 규모다.

수소 협력사업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MOU도 체결해 기후변화 대응 수단이자 미래 유망산업인 수소 분야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확대할 기반도 조성했다. LNG 활용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포집저장(CCS)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원전 관련 협력도 지속한다. 바라카 원전을 통한 성공적 협력에 기반해 양국은 후속 호기 건설, 원자력 연료 공급망, 소형모듈원전(SMR) 등 분야에서 미래 협력 가능성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국빈 방한 성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 분야 협력도 협의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국산 차세대 헬기, 전투기, UAE의 방어망을 확고히 구축하는 데 필요한 우리의 역량들을 하나하나 협의해 가고 있고 하나씩 확정돼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과학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한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우리나라의 AI 발전 전략을 공유하고 AI 분야에서 동반 혁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지원·조병욱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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