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정장 속 '티켓 포켓'의 의미 [패션 에티켓]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드립니다.
옷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대부분 처음엔 '기능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어떤 것들은 요즘엔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계속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19세기에는 꼭 필요했지만 지금은 심미적인 요소로만 존재한다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불편함을 덜기 위한 것들이 일상생활까지 넘어오는 등 다양한 스토리도 담고 있습니다. 그중 현재에도 많이 볼 수 있는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정장 속 ‘제4의 포켓’, 티켓 포켓
오늘날 정장 겉면에는 포켓이 보통 3개가 달립니다. 가슴에 위치한 포켓, 그리고 허리 양쪽에 2개입니다. 그런데 가끔 허리 주머니 위에 조금 짧은 길이의 포켓이 하나 더 달려 있는 정장도 있습니다. 바로 '티켓 포켓'입니다.
과거 영국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 시 동전이나 티켓을 보관하기 위해 추가된 디테일입니다. 티켓이나 동전은 보통 작기 때문에, 이 크기에 맞게 별도로 보관할 수 있도록 기존 포켓보다 작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이 티켓 포켓이 보통 오른쪽 주머니 위에 위치하는 이유도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인데, 왼손잡이는 비스포크(맞춤 슈트)를 통해 왼쪽에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디테일이 필요 없지만, 영국식 정장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칼라 끝엔 왜 단춧구멍이?
캐주얼 셔츠 칼라(Collar) 끝에는 단추를 잠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버튼다운칼라'라고 하고, 이런 버튼이 있는 셔츠를 '버튼다운칼라 셔츠'라고 부릅니다. 이 버튼은 스포츠 경기에서 고안된 디자인입니다.
1920년대 영국에서 폴로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은 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말 위에서 격하게 움직이는 폴로 경기의 특성상 바람에 펄럭이는 셔츠 칼라는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하곤 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버튼다운칼라입니다. 칼라 끝에 단추를 달아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버튼다운칼라 셔츠는 정장이 아닌 완전한 캐주얼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버튼다운=캐주얼'이란 룰은 유럽에선 엄격하게 적용됐지만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식 포멀 스타일에는 버튼다운칼라 셔츠를 함께 입어도 무방했습니다. 현재는 아메리칸 클래식의 영향으로 정장에도 무리 없이 함께 입는 디자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튼다운칼라 셔츠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데는 전 세계적인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의 영향이 컸습니다. 폴로 랄프 로렌은 여러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특히 버튼다운칼라 셔츠는 브랜드 자체의 성장은 물론, 전 세계에 캐주얼 셔츠 전파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에 '폴로'가 들어간 것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라펠 홀, 남성에게 영광을
정장 재킷 혹은 블레이저 왼쪽 상단 라펠에 위치한 라펠 홀은 ‘플라워 홀’이라고도 불립니다.
두 가지 유래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온 군인의 왼쪽 가슴에 꽂아주었던 꽃을 위한 디테일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정장의 유래가 군복이라는 점에서도 라펠 홀은 승리와 축하의 디테일로 여겨집니다.
또 하나는 프러포즈에 성공한 남성을 의미하는 디테일입니다. 보통 남성이 여성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프러포즈하는데, 여성이 이를 승낙하면 꽃 중 하나를 떼어 남성의 왼쪽 가슴에 꽂아 줍니다. 청혼에 성공한 남성을 위한 디테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도 결혼식에서 신랑, 신랑 측 가족은 가슴에 꽃을 꽂기도 합니다.
최근 현대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부 브랜드에서는 라펠 홀을 넣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정장에는 라펠 홀이 포인트 요소로 널리 활용됩니다.
패션과 스타일에는 그 시대에 맞는 기능적인 디테일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매우 유용했던 디테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어 사라지거나 장식으로만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식으로 남는다면 매력적인 디자인 때문일 것이고, 사라진다면 불편함 때문일 겁니다. 그 시간의 흔적 속에서 인류는 과거의 인류가 어떤 물건을 썼는지, 어떤 환경 속에 있었는지를 유추하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패션의 디테일에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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