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쟁력을 버리자 [김상균의 메타버스]

한겨레 2024. 5.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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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공지능을 얘기한다.

필자와 협업하는 기업, 개인들도 모두 인공지능 관련 과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지능혁명 시대, 필자는 우리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길 제안한다.

인공지능, 지능혁명 시대는 전통적 방법으로 경쟁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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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모두가 인공지능을 얘기한다. 가히 지능혁명기에 들어선 느낌이다. 필자와 협업하는 기업, 개인들도 모두 인공지능 관련 과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마주친 기업과 개인들은 인공지능을 어디에 쓸지 고민할 때 공통적인 특징이 보였다. 원래 하던 일이 있는데, 거기에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주로 더 싸게, 더 빠르게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궁리했다. 일례로, 대기업 상당수가 인공지능을 콜센터 업무에 도입하려고 한다. 국내만을 놓고 봐도, 전자, 금융, 통신 기업들은 전국적으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백 개가 넘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고객을 응대한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에는 꽤 매력적인 방법이다. 기존에 투자하던 자원을 절감하려는 접근, 회수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회수 전략이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상당수 기업이 인공지능을 놓고 주로 회수 전략에 집중하고, 그다음으로는 기존 과업의 성과를 높이려는 접근인 증폭 전략에 집중하는 상황은 아쉽다. 원가 절감과 성과 향상은 우리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꾸준히 노력했던 부분이다. 이런 노력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으나, 이제 한계가 느껴진다. 필자와 협업했던 제조업 분야의 모기업은 수년 전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기업은 여전히 원가 절감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원가 절감은 남들이 따라 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이다. 그 방법이 정량화되어, 빠르게 퍼지고, 모방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영학, 산업공학, 경제학 등의 학문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이다.

기업의 이런 접근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보겠다. 자원을 절감하는 회수 전략은 필연적으로 노동 인력의 감소로 연결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전략을 현실화하면서 노동자의 불안감은 자괴감으로 바뀌고, 그런 자괴감이 지속되면 분노를 느낀다. 성과 향상은 어떤가? 10년째 하던 일,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 최선을 다해온 것을 좀 더 잘해보라고 등을 떠밀리는 느낌이다. 배신감, 무력감이 다가온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지능혁명 시대, 필자는 우리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길 제안한다. 원가 절감, 인력 감축, 기존 성과 향상이 아니라, 기존에 역량이 맞지 않아서 못 했던 것을 호기롭게 시도하고, 기존에 자원이 부족해서 못 했던 것을 슬기롭게 시작하는 전략이다. 필자의 경우 수업에 맞게 홍보 노래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인공지능 작곡 도구를 활용한 시도이다. 어설픈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호기롭게 해본다. 이렇게 시도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보지 않았던 해외 석학의 강연도 틈틈이 찾아본다. 긴 강연의 요지를 요약해서 제공해 주는 인공지능 도구 덕분에 짧은 시간에 여러 강연을 들어볼 수 있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회수와 증폭을 버리자는 주장은 아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무게 중심을 시도와 시작 쪽으로 조금은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수와 증폭을 통해 남들과 같은 것을 놓고 다투기보다, 시도와 시작을 통해 나만의 길을 탐험하고, 개척하길 바란다. 인공지능, 지능혁명 시대는 전통적 방법으로 경쟁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가 품어야 할 힘은 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탐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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