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원룸에만 살아야 하나요? [왜냐면]

한겨레 2024. 5.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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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1일 통계청은 '인구이동' 자료에서 '탈 서울화'의 주된 사유가 주거 비용 인상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의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필자는 주거 문제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싼 월세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라에서 주는 지원이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필자에게 임시 거주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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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은 지난 3월6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바라본 학교 앞 모습. 연합뉴스

유다니 | 성신여대 중국어문문화학과 4학년

지난 3월21일 통계청은 ‘인구이동’ 자료에서 ‘탈 서울화’의 주된 사유가 주거 비용 인상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요즘은 전세 사기를 우려한 ‘전세 기피 현상’도 두드러져 세입자는 적지 않은 월세 지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며칠 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가구 구성원에 따라 임대 주택 면적을 제한하는 임대주택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을 보면, 1인 가구는 전용면적 35㎡(약 10평) 이하까지, 2인 가구는 25~44㎡(약 7.5~13평), 3인 가구는 35~50㎡(약 10~15평)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침실 3개와 거실 1개의 집으로 입주할 수 있었던 2~3인 가구는 침실 2개, 거실 1개로 강등되었고, 심지어 1인 가구는 원룸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애당초 저출산 대책은 출산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누가 이러한 정책을 보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는가? 이번 계획은 정부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만 키울 뿐이었다. 주거 문제는 기존의 주택 청약 시스템과 같이 신혼부부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주는 편으로 구성하는 것이지, 혜택을 제한해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정책은 도대체 어떤 사고로부터 나온 것인가?

해당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당연한 결과였다.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임대주택 공급면적 제한 폐지 청원’이 올라오자 2주 새 2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반발은 날이 갈수록 거셌고, 결국 정부는 개정안 발표 한달 만에 공공임대 면적 제한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주택’, ‘행복주택’은 지방 출신 대학생에겐 그림의 떡이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의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필자는 주거 문제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태껏 비싼 월세 탓에 마음대로 휴학할 수조차 없었다. 매달 60만원을 웃도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저축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애써 포장하려 해도 불확실한 미래에 걸맞은 포장지는 없었다. 친구와 함께 거주하며 월세를 아끼려고도 해보고, 청년 월세지원 사업의 도움도 받아봤다. 비싼 월세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라에서 주는 지원이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필자에게 임시 거주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1년에 20차례 이상 주택 청약에 도전해도 될까 말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당첨이 된다고 한들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 도움을 받는다고 한들 일정 금액을 모아두어야 하는데, 이제 겨우 교복을 벗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에겐 무리다. 결국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까지 땀 흘려가며 모은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이 고작 35㎡(10평)도 안 된다니 그야말로 잔인한 사회가 따로 없다.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이기 전부터 일찌감치 잘 사는 건 포기했다. 학창 시절 그렸던 서울의 모습은 이상에 불과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는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로 달려야 하는 걸까? 부디 꿈을 찾아 상경한 대학생의 외침이 한낱 시냇물에 불과하더라도 언젠가는 청계천을 타고 파란 지붕에까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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