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고 말 연극 '연안지대' 초연..전쟁 끝에 마주한 가족애

신진아 2024. 5.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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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툭 날아든다.

젊은 시절 끔찍히 사랑했다던 어머니 옆에 아버지의 시신을 묻으러 하자 이모와 외삼촌이 떼로 반대한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소재로 하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그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무겁지 않고, 때론 희극적이다.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은 "여전히 전쟁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결정한 미련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안지대를 보시라. 당신들이 이 연극의 창조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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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6월 14~30일 세종S씨어터
전쟁 끝에 마주한 가족애, 연극 '연안지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5.28 ryousanta@yna.co.kr

전쟁 끝에 마주한 가족애, 연극 '연안지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5.28 ryousanta@yna.co.kr

어느 날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툭 날아든다. 젊은 시절 끔찍히 사랑했다던 어머니 옆에 아버지의 시신을 묻으러 하자 이모와 외삼촌이 떼로 반대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가방을 든 주인공 아들을 가운데 두고 배우들이 일렬로 서서 마치 음악에 맞춰 랩을 하듯 과장된 표정 연기와 함께 대사를 리드미컬하게 쏟아낸다. 그중 한명은 바닥에 앉아 작금의 감정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다. 신선하고 기발한 연출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다 아들은 평생 떠돌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는다. 부모가 얼마나 뜨겁게 사랑했고, 또 얼마나 절절하게 자신을 낳았는지 그 가슴 아픈 출생의 비밀에 눈이 시큰해진다. 이때 죽은 아버지 역 배우와 젊은 시절 아버지 역 배우가 무대에 동시에 등장해 서로 번갈아 가며 편지를 읽고, 젊은 시절 어머니도 합세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묻을 땅을 찾아 그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런데 참혹하게도 그곳에는 내전으로 희생된 시신들로 가득 차 묻을 땅조차 없다. 아들은 길에서 만난 전쟁 고아들과 아버지를 묻을 곳을 찾아 다니고 전쟁에 속절없이 무너진 세상을 목도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의 두 번째 레퍼토리로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안지대'를 6월 14일부터 30일까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연안지대’는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 ‘화염’으로 유명한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레바논 내전으로 고국을 떠나 프랑스, 캐나다 등을 방랑해야 했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아픔이 드러난 수작을 ‘손님들’, ‘태양‘ ’이 불안한 집’ 등에서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정이 자신의 언어를 더해 참신하게 각색했다.

지난 28일 연습실이 공개됐는데 의상과 세트가 전무하고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채워진 무대였는데도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소재로 하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그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무겁지 않고, 때론 희극적이다. 또 가늠할 수 없는 전쟁의 고통을 딛고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비극적인데 누군가의 장례를 함께 치르면서 서로를 보듬는 몸짓이 어딘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김정 연출은 “상처 입은 영혼들이 하나둘씩 모여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끝내 길 끝에 닿는 작품”이라며 “비록 캄캄하고 질척이는 삶의 진창에 버려졌으나 찬란한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라서 새로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쟁이란 키워드는 잊고, 배우들이 오늘날 깨지고 흩어진 개인을 불러 온다는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며 "누구나 상실의 경험이 있을 텐데, 연극 감상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진지하게 애도하는 의미를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전세대가 지금세대에게 너희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연극 ‘리차드 2세’, ‘보도지침’, ‘줄리어스 시저’ 등에서 열연한 윤상화가 아버지 이스마일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다. 아들 윌프리드 역에는 ‘욘’에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엘하르트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서울시극단 소속 이승우가 맡았다. 또한 2024 동아연극상 수상자 이미숙 등이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 최나라와 함께 호흡한다.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은 “여전히 전쟁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결정한 미련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안지대를 보시라. 당신들이 이 연극의 창조자”라고 전했다.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5.28 ryousanta@yna.co.kr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극단 연극 '연안지대'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5.28 ryousanta@yna.co.kr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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