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시장, 외양간 고치기도 힘들다
1984년 4월 1일 우리나라에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됐다. 올해로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라는 적지않은 세월이 흘렀다. 전국에서 터져 나오는 전세 피해와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공인중개사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경계 어린 목소리부터 "우리나라에 공인중개사가 왜 필요한가"라며 급기야 직거래하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시점에 우리는 당초 '공인중개사'라는 제도를 왜 우리나라에 도입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그런 쉬운 당위성은 아닐 것이다. 아니, 전 세계에 그러한 자격제도가 있다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부정적 이미지로 전락해 버린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1984년 제정·시행됐던 부동산중개업법 제1조에는 '이 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며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 설명돼 있었다. 즉, 입법 목적은 첫째 공인중개사의 공신력을 높이고, 둘째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셋째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코자 한다는 이렇게 세 가지다.
이 법의 모태가 된 일본의 '택지건물취인업법'(宅地建物取人業法)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이 세 가지를 목표로 관련 제도를 다듬고 법을 개정해 운용한다.
그럼,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이 세 가지 목표 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을까. 첫째, 공인중개사의 공신력을 높이려면 실력 있는 자격사가 배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라는 국가 경제적 재앙이 닥치자 국민의 비판 여론 무마용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제도를 변경했다. 2년에 한 번 치러지던 시험을 매년 치루고, 평균 60점 이상만 되면 다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전환시켜 매년 1만5000여명 이상을 꾸준히 배출시켰다.
각종 통계에서 실업자 수치만 줄어들면 그만이었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이제는 배출된 자격자만 무려 53만명이 넘는다. 2023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65.2명당 1명꼴이다.
둘째, 공정한 부동산거래 질서를 확립하려면 업계의 자정노력과 관(官)의 지도 감시 기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1999년 당시 부동산중개업협회의 자정 기능을 불필요한 규제라며 오히려 중지시키고 관련 업무를 일선 행정관청으로 일원화시켰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력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전국의 시·군·구청은 이 같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회원에 대한 지도·점검 권한이 있었던 1991년부터 1998년까지 8년간 위법적발 건수는 무려 4만9398건으로 연평균 6000여건에 달하는 반면, 현재는 연평균 1000여건으로 6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조사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채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과거처럼 회원 중개사에 대한 감시와 점검은 협회가, 불법 분양업자 등에 대한 감시는 시와 경찰이 합을 이뤄 진행한다면 상당한 감시 효과를 거둘 것이다. 지난해 3월 '협회에 지도점검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요건을 충족해 국회로 넘어갔었다. 물론 대부분은 공인중개사들의 역할이 컸으리라.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이 협회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을 감시·점검과 함께 단속해 달라고 국회 청원까지 하고 있다면, 또 이를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건 고사하고 사전에 외양간 고치는 건 왜 그렇게 더 어려운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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