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군단 합류' 박병호 솔직 심경 "KT와 싸우면서 헤어진건 아냐, 오해가 있다" [MD대구]
[마이데일리 = 대구 심혜진 기자] 박병호(38)가 사자군단에 공식 합류했다. 52번이 아닌 59번을 달고 새출발한다.
박병호는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잠실 두산전, 대구 키움전 직후 KT와 삼성은 나란히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박병호와 오재일이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트레이드 후 잠실구장을 찾아 KT 이강철 감독 및 선수단,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날 오전 대구에 내려왔다.
정오께 라이온즈파크에 도착한 박병호는 박진만 감독 및 선수들과 상견례를 갖은 뒤 본격적인 훈련에 임했다.
트레이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병호는 지난 25일 경기가 끝난 뒤 허리 문제로 인해 1군에서 말소되는 과정에서 '웨이버공시'를 요청했다. 이 소식이 28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에이징커브'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다닐 때 손을 내밀어 준 KT의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기에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삼성 홈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선 박병호는 "어제 이야기를 듣고 바로 내려왔는데, 3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운전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렸을 때 트레이드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것 같다. 나이가 있는 상태로 왔기 때문에 걱정이 조금 더 됐고, 이게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 더 잘해야 되는데 라는 걱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에 방출 요청을 했다는 소식과 트레이드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들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박병호는 "아시다시피 제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이야기한 것은 4월부터다. 4월부터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태였고, 구단에서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감독님께서는 대수비도 편하게 못 내보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가 이야기를 했다"며 "(이야기가 나온지)두 달째 되는 날인데 제가 말씀드렸다.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만두는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만두는 쪽으로 대화가 시작되다가 '조금 기다려보자. 다시 한 번 알아보겠다. 이렇게 은퇴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냐. 한 번 더 알아보고 그게 안됐을 경우 웨이버를 하자'는 대화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를 봤다. 경기를 못 나가서 우리가 싸우면서 헤어지고 이런 쪽으로 비춰지는 것들도 있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내가생각을 해봤는데, 은퇴를 마음먹고 감독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울컥울컥 하게 되더라. 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어제 (이강철) 감독님을 뵀는데, 감독님께서도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신 것은 '너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삼성 가서 마지막 야구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격려를 받았다. 나도 감독님께 KT에서 정말 감사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잘 마무리하고 왔다"고 밝혔다.
현역 연장을 한 만큼 각오는 남다를 터. 박병호는 "잘 하겠다는 자신감보다, 누구보다 노력하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팀에서 기대하는 수치는 말하지 않아도 다 느끼고 있다. 내가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박병호는 KT 구단과 KT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박병호는 "아시다시피 2년 전 KT가 유일하게 손 내밀어준 팀이다. 다시 한 번 홈런왕도 할 수 있었고, 2년 동안 가을야구도 진출했다. 그리고 KT 팬분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KT라는 팀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구단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도 제 앞날을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해주셨다. KT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KT에서 하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를 해왔었고, 상상도 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중간에 떠나버린 선수가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박병호는 6번 지명타자로 바로 선발 출격한다.
박진만 감독은 "몸 상태를 체크했다. 피로감은 있는데 수비나 타격할 때 몸 상태는 큰 문제가 없어보여서 스타팅에 넣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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