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대박?…논란의 수소경제, 느리지만 반드시 온다

김리안 2024. 5.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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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
'미래 석유' H2 이코노미 어디까지 왔나
"연간 8억t 수소시장 열린다"
3년전 수소기업 CEO들 전망
美, 막대한 보조금과 稅공제
장밋빛 기대 속 회의론 등장
그린수소 생산비용 '고공행진'
"얼마나 유용할지 등도 불확실"
그럼에도 "폭발적 성장할 것"


석유·석탄을 대체할 미래 연료로 주목받아온 수소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발전단가가 높은 데다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더디자 수소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소경제에 거품(hype)이 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소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인류가 꼭 활용해야 할 연료다. 친환경 전기의 저장 매개체이자 산업계 탈탄소화를 돕는 꿈의 자원이란 점에서다.

 여전히 비싼 수소

 
지난 7~8년 동안 수소는 가장 주목받는 미래 에너지였다.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는 2021년 전 세계 수소 수요가 30년 동안 8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2021년 수요는 9400만t 정도(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였는데 2050년엔 연 8억 t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IEA 전망치는 이보다 좀 더 보수적이었지만 그래도 2050년에는 세계에서 연 5억~6억8000만 t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는 수소 시장의 성장성에 들썩였다. 지금은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낮지만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 곧 단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너도나도 베팅했다. 그해 미국 정부는 10년 내로 물을 분해해서 만드는 완벽한 청정 에너지인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6분의 1 이하 수준인 1달러/㎏까지 끌어내리겠다는 ‘수소 샷(hydrogen sho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수소 생태계에도 각종 혜택 보따리를 약속했다. 내로라하는 에너지 기업이 앞다퉈 수소 투자를 발표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수소 투자 열기는 예전보다 덜 뜨겁다. 수요 전망치는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 3억5000t 미만으로 예상했다. 수소위원회 예상치의 절반 이하다.

당초 계획에 비하면 진척이 더디다. IEA는 2022년 보고서에서 실제 공사에 착수하거나 최종 투자 결정을 받은 수소 프로젝트 비중이 4%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IEA는 “수요가 불확실하고 어떤 규제를 적용받을지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최종 사용자에게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가용기반시설(인프라)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천연가스 발전단가의 25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진짜’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수소 투자 붐이 수년간 이어진 지금도 여전히 4.5~6.4달러/㎏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다. 전해조를 설치하고 거기에 전기를 통과시켜 수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설치비, 전기료, 인건비 등이 모두 최근 2~3년 새 급등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단가는 지난해 2배가량 뛴 지역이 적지 않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금융 비용도 급증했다. 단가가 쉬이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그린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면 ㎿h당 200달러가 든다. 반면 미국에서 천연가스를 쓰면 8달러/㎿h밖에 들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은 40달러/㎿h,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그레이수소는 86달러(탄소 배출 가격 포함)/㎿h다. 그레이수소를 이용하는 회사가 그린가스로 갈아타려고만 해도 ㎿h당 114달러씩 더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극저온에서 액화하거나 질소를 결합해 암모니아로 만드는 보관·운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훨씬 비싸진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 대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산업 현장이 많다. 저열 공정에서 공기 중 열에너지를 잡아들여 물을 데우는 히트펌프를 쓴다거나 철강 생산과 유리 제조 등 고열 공정에서는 전기로 열을 저장해두는 열 배터리를 사용하는 식이다.

 최적화된 수소 이용법 모색

그러나 현재 기술력으로 충분히 단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수소의 가능성 자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풍력·조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늘어날수록 수소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용량이 들쭉날쭉한 전기를 물 분해에 활용(수소 생산)하면 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력망(그리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수소를 발전에 쓰는 아이디어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기껏 수소를 만든 다음 다시 이를 발전용으로 활용하면 운송 등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률이 70%에 달한다. 결국 수소가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운송 경로를 최대한 단축하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긴밀하게 연계된 사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나탄 바르트 독일 에너지독립위원회 대변인은 “수소가 모든 문제를 풀어줄 만능열쇠가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수소 프로젝트의 옥석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 수소경제 도래를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소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용처를 찾는 역량이 ‘수소경제 2.0’ 시대를 좌우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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