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구심점으로 떠오른 '컴퓨텍스', 올해 주목할만한 기업 별 소식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 (Computex 2024) 개막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컴퓨텍스는 그간 세계 3대 IT 박람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 19 이후 인공지능 및 컴퓨터용 반도체가 IT 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급부상했다. 올해 컴퓨텍스는 ‘AI를 연결하다(Connecting AI)’를 주제로 개최되며 △ AI컴퓨팅 △ 고급 연결성 △ 혁신 △ 지속가능성 △몰입형 현실 △미래 모빌리티를 세부 주제로 둔다.
컴퓨텍스가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 19가 있다. 컴퓨텍스는 1981년 개최 이후 코로나 19 직전인 2019년까지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해 왔다. 그전까지는 게이밍 그래픽 카드나 게이밍 노트북, 모니터, 데스크톱 등 소비자용 제품군에 무게를 두는 행사여서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2년 간 온라인 행사로 전환됐고, 2022년에는 오프라인으로 열었으나 대만 입국이 어려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23년 들어 대만 정부는 컴퓨텍스를 AI 산업의 중심 박람회로 육성하고 나섰다.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이 직접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열었고, 26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불러 3000 부스 이상의 규모로 진행했다.
행사 성격도 변했다. 2019년 이전에는 에이수스, MSI, 기가바이트 등 대만계 기업이 기조연설을 이끌었고, 인텔이나 AMD 등의 기업은 행사 부스만 마련했다. 그런데 2023년 엔비디아, Arm, 퀄컴, NXP 반도체, 슈퍼마이크로가 연사로 나섰고, 암페어 컴퓨팅, 인텔, 키옥시아, 지멘스, 솔리다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초청됐다. 대만의 지엽적 행사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하반기 로드맵을 발표하는 행사로 거듭났다.
컴퓨텍스 2024는 AI 반도체 및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36개 국가에서 1500개의 전시 업체가 참석하며, 리사 수 AMD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펫 겔싱어 인텔 CEO, 차이 리싱 미디어텍 부회장 겸 CEO,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CEO, 라스 레거 NXP CTO, 지커 추에 델타 연구원장이 공식 기조연설을 맡는다. 아울러 르네 하스 Arm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별도의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엔비디아, 미디어텍과 새로운 SoC 공개할까
컴퓨텍스 2024 공식 기조연설 목록에는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인 젠슨 황의 이름이 없다. 엔비디아는 거의 모든 행사에서 직접 기조연설에 참여하기보다는 자체 세션을 열어 발표하는 편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6월 2일 오후 8시(한국시간) 대만 NTU 스포츠 센터에서 AI가 전 세계에 어떻게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지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개발하고 있다는 맞춤형 실리콘에 대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로히터는 엔비디아가 Arm 아키텍처를 활용해 2025년까지 윈도우로 구동되는 자체 CPU를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서 지난달 대만 매체인 이코노믹 데일리 뉴스는 미디어텍이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2024년 3분기까지 Arm 기반 CPU를 테이프아웃(반도체 칩 설계 마무리)할 것이라는 보도를 냈고, 실제로 미디어텍이 6월 중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지난 주 개최된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 2024에서 블룸버그 기자가 “지금까지 엔비디아는 게이밍의 범주였는데, AI PC 시장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질문하자 마이클 델 CEO가 “내년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고, 젠슨 황도 “정확하다”라고 답했다.
애플이 애플 실리콘으로 Arm 기반 노트북 시장의 가능성을 열자, 퀄컴이 먼저 AI PC용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로 시장 공략에 나섰고, 뒤이어 엔비디아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뛰어드는 셈이다. 앞서 몇달 간 관련 내용이 계속 나왔으므로, 시기상 올해 컴퓨텍스에서 자세한 내용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첫 공식 기조연설 나선 AMD, 차세대 CPU 공개 가능성
리사 수 AMD CEO는 국내 시간으로 3일 오전 10시 30분, 타이베이 난강 전시 센터 2홀 7층에서 컴퓨텍스 2024 개막 기조연설을 맡는다. ‘AI 시대 고성능 컴퓨팅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리사 수 박사는 AMD의 데이터센터 제품군과 PC 분야 및 AI 고성능 컴퓨팅 제품에 대해 설명한다.
AMD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PC 제품군을 위한 라이젠 9000 시리즈 CPU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AMD는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오픈 AI PC 회담에서 라이젠 8040 시리즈의 후속인 코드명 스트릭스 포인트 CPU에 RDNA3+ 그래픽 아키텍처를 탑재하고, 올해 중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시기상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출시로 예정이었으나, 경쟁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서 AMD도 빠르게 AI PC용 제품을 공개할 수 있다.
아울러 젠5 아키텍처 기반의 5세대 에픽 프로세서, 코드명 ‘튜린’도 공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AMD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젠5 아키텍처 기반의 5세대 서버용 프로세서인 ‘튜린’이 샘플링을 시작했고, 초기 실행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2022년 당시 2024년 말에 출시하겠다고 언급했던 만큼, 파급력이 큰 컴퓨텍스에서 서버용 CPU인 5세대 에픽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앞서 4세대의 경우 컴퓨텍스 등 외부 행사가 아닌 자체 행사로 공개한 바 있어서 자체 행사로 공개하거나, 가볍게 언급만 할 가능성은 있다.
가장 먼저 매진된 펫 겔싱어 인텔 CEO 기조연설, 발표 주제는?
인텔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가장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펫 겔싱어의 기조연설이 가장 빨리 마감됐다. 펫 겔싱어 CEO는 이번 기조연설을 통해 차세대 데이터 센터 및 클라이언트 컴퓨팅 프로세서, 가우디 3 AI 가속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데이터 센터용 제품은 인텔 3 공정을 기반으로 제조되는 최초의 제품, 코드명 ‘시에라 포레스트’가 공개될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미 인텔은 MWC 2024에서 로드맵에 288 코어 기반 저전력 고밀도 CPU ‘시에라 포레스트’를 올해 중 발표하겠다고 라인업에 추가했고, 지난달 인텔 비전 2024에서 시에라 포레스트의 브랜드명인 ‘제온6’의 웨이퍼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브랜드와 제품 세부 성능 공개만 앞둔 상황이다.
클라이언트 제품군은 지난 20일 공개된 코드명 루나 레이크 프로세서를 비롯해 인텔 코어 울트라 200 데스크톱 프로세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28일, MSI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LGA 1851 소켓 기반의 새로운 MSI 메인보드 12종이 업데이트됐다. 데이터에는 네 개의 B8609 칩셋 및 8개의 Z890 칩셋 메인보드가 수록됐고, 상세 제품 이미지도 유출됐다. 기가바이트 역시 차세대 메인보드 출시를 예고했다. 따라서 인텔은 최초의 NPU 탑재 데스크톱 프로세서가 이번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 컴퓨텍스 2024 참가 티저 업로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오는 6월 3일 1시 30분(현지 시각)에 ‘PC의 재탄생’이라는 이름의 공식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이미 공식 보도자료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이미지를 사용한 만큼, 최근 공개된 코파일럿+PC에 대응하는 자사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어제 공식 채널을 통해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 대한 티저 영상이 업로드됐다. 영상에 따르면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반의 차세대 PC와 온디바이스 생성형 AI가 생산성, 창의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또 PC의 성능과 전력 효율, AI 기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Arm, 대만 반도체 가치 사슬 협력점 소개할 듯
르네 하스 Arm CEO는 6월 3일 11시 30분(현지 시각)에 그랜드 할라이 호텔에서 자체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기조연설은 ‘클라우드에서 엣지까지 AI 혁신 가속화’를 주제로 진행되며, 현 상황에서 AI가 어떻게 모든 환경에서 실행될지에 대한 통찰을 다룬다. 르네 하스 CEO는 수년간 컴퓨텍스에 직접 참가해 Arm 생태계를 소개해왔고, 최근 몇 년 새 컴퓨터 반도체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며 Arm의 행보도 계속 조명되고 있다.
다만 올해 Arm이 어떤 내용을 발표할 지는 명확하지 않다. 컴퓨텍스 2023에서는 Arm 기반 스마트폰 및 노트북 설계를 위한 토탈 컴퓨트 솔루션 2023 버전이 발표됐었다. 그런 와중에 Arm 코리아가 오는 5월 30일에 ‘Arm의 새로운 모바일 솔루션’을 발표하는 만큼, 토탈 컴퓨트 솔루션 2024 버전이 컴퓨텍스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언급된 Arm의 실물 칩 설계에 대한 윤곽이 나올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매년 90억 달러(약 12조 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실물 반도체에도 도전하겠다는 보도를 냈다. 현재 Arm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자산만 제공하는데, 실물 반도체 제조를 통해 관련 서버 시장 점유율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당 계획이 공식화하진 않았는데, 컴퓨텍스에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컴퓨텍스, 성장의 이면에 지정학적 배경 커
그간 컴퓨텍스는 아시아 최대 컴퓨터 박람회 정도의 위상이었지만, 작년과 올해를 지나면 CES와 더불어 AI 및 컴퓨터 반도체 관련 핵심 행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CES가 1월 초, 컴퓨텍스가 6월 초 개최되는 점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컴퓨텍스의 규모를 키우는 데에는 AI 생태계의 확보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도 상존한다. 지난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공식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회에서는 총통의 강경한 독립 의사를 견제하기 위해 총통 권한을 축소하는 의회개혁법을 통과시키는 등 극도의 내홍을 겪고 있다. 중국 역시 대만의 독립을 연이어 견제하는 발언을 하고, 포위 훈련을 펼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반도체 밸류 체인의 중심축에 서는 수밖에 없다. 이미 TSMC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관련 생태계를 계속 육성하고 끌어모으는 것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컴퓨텍스가 더 크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이런 대내외적인 상황이 있는데, 대만의 염원과 기대에 부흥해 다행히 글로벌 반도체 박람회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기업과 국가가 참여하는 만큼, 앞으로도 주목도는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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