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볼모로…돈 더 달라는 노조·1등 기업 노린 민노총 '합작'
내달 7일 단체행동
벼랑 몰린 회사는 아랑곳 않고
임금교섭 결렬 회사탓으로 돌려
29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옆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기자회견장. 전삼노가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을 선언한 이 자리에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빈자리를 채운 건 검은 조끼를 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부들이었다. 민노총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금속노조의 최순영 부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선 “금속노조 19만 조합원과 연대해 삼성 노동자들과 투쟁하겠다”고 했다.
삼성에 드리운 ‘노조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삼노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강경 투쟁’을 앞세운 민노총과 손을 잡으려는 모양새를 취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핵심 사업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에 또 다른 악재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봉 1.2억원인데…“더 달라”
전삼노는 파업의 책임을 회사 측에 돌렸다. 손우목 위원장은 “사측이 전날(28일) 열린 임금교섭에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파업 이유로 노조를 무시하는 회사의 행태를 꼽았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3월 사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는 사측과 평균 임금인상률 5.1%에 합의했지만 전삼노는 ‘6.5% 인상’ 등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날 교섭에서 노사 양측은 사측 대표의 직급이 부사장이 아니라 상무인 것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의 설명과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선 “전삼노 간부가 사측 교섭위원들에게 고성과 막말, 삿대질을 계속하자 사측 위원들이 퇴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회사 무너뜨리는 노조 이기주의
전삼노가 파업의 근거로 든 ‘정당하지 않은 보상’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DS부문 직원 성과급률은 0%가 됐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삼노는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성과급이 삭감돼 먹고사는 게 힘들다”며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000만원.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으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전삼노의 주장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는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는 전삼노의 주장을 ‘노조 이기주의’로 해석한다. DS부문은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HBM에선 경쟁사 SK하이닉스에 크게 밀리고 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미래 먹거리로 꼽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적자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매년 수십조원의 막대한 시설투자를 이어가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영업이익이 났다고 성과급을 퍼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짓누르는 민주노총 그림자
삼성 안팎에선 전삼노의 파업에 ‘정치적인 의도’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구설로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전삼노 집행부가 강경 투쟁을 돌파구로 삼았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 내부 게시판 등에는 전삼노 간부들의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전삼노 간부가 직원 투표로 선출하는 노사협의회 대의원에 당선되기 위해 다른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삼노가 민노총과 가까워진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조합원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노총은 ‘삼성 노조 포섭’ 전략을 마련해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전삼노의 파업 선언 배경에 민노총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민노총과 전삼노가 국가 기간 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볼모로 ‘정치 파업’을 벌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내놓는다. 이날 전삼노는 ‘6월 7일 동반 연차 사용’이란 파업 관련 1차 지령에 더해 2차, 3차 지령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 리스크가 글로벌 기업과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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