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홈런이 작별 인사로…kt맨 오재일 "병호가 미안하다더라"

"삼성에서의 3년, 잊지 못할 것…kt서 즐겁게 야구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프로야구 오재일(37·kt wiz)은 지난 28일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대타 솔로포를 날렸다.

9회말 1사 후 나온 추격의 솔로포가 삼성 홈팬들에게 하는 작별 인사가 될 줄 오재일은 꿈에도 몰랐다.

오재일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박병호와의 맞트레이드 소식을 전달받았고, 그 길로 라커룸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구장으로 황급히 올라왔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정든 삼성 동료들과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도 뒤로 해야 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만 하루가 안 된 29일 오재일은 아직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오재일은 "아직 정신이 안 돌아왔다. 잘 된 건가, 안 된 건가 아직 정신이 없다"면서 "제일 당황스러울 가족들이 계속 괜찮다고 얘기해줘서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상대인 동갑내기 친구 박병호와는 허심탄회하게 통화를 했다고 한다.

오재일은 "제일 친한 친구끼리 트레이드되는 게 웃기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병호는 '나 때문에 네가 팀을 옮기는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고, (저는) '자기 자리에서 잘하면 잘 되는 일이니까 괜찮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오재일은 삼성 팬들에게 "그동안 야구장 안팎에서 너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3년이었다"며 " 항상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야구를 하겠다"고 인사했다.

kt 팬들을 향해선 "kt가 우승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재일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낙천성을 드러냈다.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제 (kt는 상위권으로) 올라갈 겁니다. 우승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오재일은 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착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오재일은 "저는 야구를 되게 재미있고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라면서 "최근에 야구가 잘 안돼 처져있었지만, 이제 팀도 바뀌었으니까 더 재밌게 하겠다.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주전 1루수 경쟁에 대해선 "주전을 생각하기보단 하루하루 한 타석 한 타석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투수력이 강한 kt에 합류해 다행이라는 너스레도 떨었다.

오재일은 kt 윌리암 쿠에바스를 상대로 27타수 3안타,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는 7타수 1안타로 약했다.

오재일은 "쿠에바스를 제일 싫어했고 벤자민도 싫어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이제 같은 팀이 돼서 너무 좋다. 든든하다"고 웃어 보였다.

오재일은 곧바로 kt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 라인업에선 빠졌고 상황에 따라 대타로 기용될 전망이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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