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대로 학생식당 라면도 못 먹어요”…대학 청소노동자 인생토크

고경주 기자 2024. 5.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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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냄새를 없애려면 일주일에 한 번은 물청소해야 해요. 주말 동안 쌓인 컵들까지 치우려면 4시간은 꼬박 쉬지 않고 일해야죠."

서울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물에서 청소하는 배명희(59)씨는 매주 월요일마다 새벽 5시까지 일터로 출근한다.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올 3월부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40분 교내에서 '식대 한 달 2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14만원은 국·공립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한 달 식대를 따른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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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프로젝트 오일’ 주관
28일 중앙대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참가한 ‘고령여성노동자와 함께하는 인생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명희(59), 박미숙(57), 윤화자(67)씨. 프로젝트 오일 제공

“화장실 냄새를 없애려면 일주일에 한 번은 물청소해야 해요. 주말 동안 쌓인 컵들까지 치우려면 4시간은 꼬박 쉬지 않고 일해야죠.”

서울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물에서 청소하는 배명희(59)씨는 매주 월요일마다 새벽 5시까지 일터로 출근한다. 정식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지만, 7시에 나와서는 주어진 일을 마무리할 수 없다. 학생들 수업이 시작하는 9시까지 청소를 끝내기 위해 배씨는 월요일마다 새벽 첫차에 올라탄다. 추가근무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배씨는 “5시부터 와서 일하면 (배가 고프니까) 최소한 빵이나 우유라도 줘라, 안 줄 거면 (한 달 식대를) 2만원이라도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 중앙대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고령여성노동자와 함께하는 인생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사회복지학부에서 지역사회복지론을 수강 중인 학생 5명이 모인 ‘프로젝트 오일’이 주관했다. 행사에는 배씨와 윤씨, 박미숙(57)씨 등 3명의 청소노동자가 패널로 나섰다.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프로젝트 오일의 김태림(24)씨는 “청소노동자 처우는 개인이 아닌 지역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날 청소노동자들이 토로한 어려움은 ‘밥 값’이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한 달 식대는 12만원.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이들은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한 달 12만원에 해결해야 한다. 한 끼니당 2700원 꼴로, 학생식당의 라면 한 그릇(3500원)에 미치지 못한다. 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윤화자(67)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며 ‘아점’(아침 겸 점심) 한 끼로 식사를 때운다. 윤씨는 “학생식당 밥을 먹으면 5500원, 나가서 사 먹으면 한 끼에 만원 꼴이니 식사를 끼니마다 챙겨 먹기는 어렵다”며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사람도 있고 빵이나 우유로 때우는 사람도 있다. 저처럼 아예 거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여성노동자로 살며 서비스직, 특수 고용직 등에 종사해왔다. 배씨는 결혼 후 각종 서비스직을 전전했고, 박씨도 청소노동자로 일하기 전 15년 동안 어린이집 조리사로 일했다. 윤씨 역시 식당 설거지나 보험 영업 등의 일을 해왔다. 그나마 50대에 접어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조차 찾기 어려웠다. 이들은 “70대까지 정년도 보장되고 4대 보험도 가입할 수 있는 청소 노동은 소중한 일자리”라면서도 “식대 인상과 직접 고용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올 3월부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40분 교내에서 ‘식대 한 달 2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14만원은 국·공립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한 달 식대를 따른 금액이다. 국공립이 아닌 사립대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대다수는 대학에서 일하지만, 대학이 아닌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하청노동자다. 대학은 ‘용역업체와의 문제’라며 식대 협상에서 한 발 빠져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장 조합원을 대표해 각 대학에서 시설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17개 용역업체와 집단 교섭을 진행한 바 있지만, 식대 인상 등 노조 쪽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렬됐다. 각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식대인상과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일에는 숙명여대 정문 앞, 22일에는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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