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판단하는 휴머노이드…곧 서울 한복판 자유롭게 다닐 것"
로보토피아 세션
국내외 최고 로봇 전문가 총출동
전 세계 로봇 기술 '변곡점' 맞아
실제 산업현장 속속 투입해 활약
대기업 자본·벤처 기술 융합 활발
"단순 반복·위험한 일 로봇 투입
인류의 삶 더욱 윤택해질 것"
삼성전자가 지난해 장기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29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4’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돕는 ‘로봇 3.0’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가지 임무만 하던 로봇이 1.0 시대였다면 한정된 공간을 이동하며 2~3개의 임무를 하는 현재 수준이 2.0”이라며 “사람과 어울리며 독립적으로 판단해 움직이는 휴머노이드가 서울을 돌아다니는 3.0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레인보우로보틱스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최대주주(오준호 KAIST 명예교수) 관계자 지분 전량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날 로보토피아 세션에는 삼성전자가 점찍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외에도 LG전자로부터 8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가 자리했다.
이들은 로봇이 놀라움을 보여주던 시기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특이점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많은 빅테크 기업이 휴머노이드를 주목하고 있다”며 “서비스 로봇부터 초경량까지 범위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협동 로봇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협동 로봇은 자동차 공장, 물류 현장, 우체국 집하장, 조선소 용접, 요리 등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며 “사회에 투입하려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형태로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근 열린 AI 정상회의처럼 로봇 인공지능(AI)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로봇에 AI를 실어 자율성을 부여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위험성도 존재한다”며 “전문가만 사용하는 로봇이 미래엔 일반인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KAIST의 ‘휴보’를 테마로 사업을 시작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주목받았다. 현재는 다양한 센서 종류도 제작해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써서 개발한 바퀴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을 예약 판매하는 등 AI 휴머노이드 수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장착한 RB-Y1은 감속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
하 대표는 로봇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그는 “사람이 꺼리는 단순 반복 노동이나 위험한 일에 로봇을 투입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인구 감소 시대에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줄 로봇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미래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통신 기술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현장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잘 안되는 곳이 반드시 있다”며 “로봇의 사소한 통신 장애가 현장에서 어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클라우드 중심 관제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로봇 ‘서비’는 서로 인식하고 우측 통행을 한다”며 “최근 40여 대를 한꺼번에 쓰는 식당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비 등 로봇은 세계 20여 개국 식당에서 1만 대가 돌아다니고 있다. LG전자로부터 투자받은 데 이어 KT, 소프트뱅크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하 대표는 특히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조했다. 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은 넓은 곳에선 빨리 달렸다가 좁은 곳에선 알아서 속도를 늦춘다”며 “국물 요리나 음료수를 나를 때, 문턱을 넘을 때도 서스펜션이 적용돼 안정적인데 이게 다 SW 기술”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한정된 공간을 넘어 실제 물리 환경으로 나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앞으로는 아웃도어 로봇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인간이 사는 물리 공간에 로봇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과 AI 클라우드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로보토피아 세션 참가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로봇이 인간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온다”며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의 융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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