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동료들 향한 KT 오재일의 당부 “내 친구 병호 잘 부탁해…대구서 3년 내 생애 못 잊을 시간”

KT 오재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대구에서 3년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간이다.”

KT 위즈 오재일(38)은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전날 박병호(38·삼성 라이온즈)와 트레이드된 사실에 대해 “처음에는 ‘내게 잘 된 일인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올 시즌에는 타격에서 풀리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보니 변화가 생기면 (반등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28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도중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들었다. 공교롭게 홈런을 친 뒤 클럽하우스로 잠시 들어간 사이였다. 그는 “홈런을 치고 들어가서 옷을 잠깐 갈아입다가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삼성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 같아서 좋다”고 밝혔다.

트레이드 상대가 공교롭게 절친한 박병호다. 오재일은 “(박)병호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인데, 친구끼리 팀을 또 같이 옮기게 되는 게 참…. 병호와 어젯밤 장시간 통화하는데, ‘나 때문에 너까지 갑작스럽게 팀을 옮기게 된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며 “난 삼성 선수들에게 ‘나는 떠나지만 이제 병호가 올 테니 잘 부탁한다’고 미리 이야기하고 왔다”고 털어놓았다.

오재일의 가족과 팀 동료, 팬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오재일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밖으로 나서는 길에도 쏟아지는 팬들의 응원에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3년 전 처음 대구에 갔을 때 나를 반겨주신 분들이다. 그리고 어제(28일)도 대구를 떠나는 내게 ‘가서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대구에서 3년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간”이라며 “이제는 KT 선수가 됐으니 KT의 우승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동료가 된 KT 선수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도 전했다. 오재일은 “사실 (윌리엄) 쿠에바스가 제일 싫었다(통산 27타수 3안타). 몇 년째 별로였는데, 이번에 같은 팀이 돼 너무 좋다. (웨스) 벤자민도 엄청 싫어했는데 한 팀이 돼서 든든하다”며 웃었다. 이어 “난 그동안 착하게 살아서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은 뒤 “운이 좋은 사람이 왔으니 KT도 이제 올라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