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병호' 선발 출격! KT와 마찰? "분명 오해는 있었지만...", 박진만 감독 "필요했던 우타 거포" [대구 현장]
박병호가 프로 데뷔 후 4번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새롭게 펼쳐질 야구 인생의 첫 막을 앞둔 박병호는 긴장감까지 나타냈다.
박병호는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다.
전날 밤 오재일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T 위즈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박병호는 이날 일찍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등과 미팅을 하고 훈련에 나섰다.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에 삼성 야구에서 많이 필요했던 우타 거포다. 라인업에 좌타가 많은데 요즘 보면 상대 선발로 왼손 투수들이 많이 나온다. (우타자는) 우리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는데 박병호 선수가 오면서 어느 정도 좀 채워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곧바로 선발로 내보낸 이유에 대해선 "몸 상태를 다 체크했다. 밤에 이동해 피로감은 있지만 조금 전에 수비나 타격할 때 몸 상태에 큰 문제는 없어서 바로 스타팅으로 나가기로 했다"며 "허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전에 KT에서도 크게 몸이 안 좋았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 출전하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첫날부터 선발로 나서는 소감에 대해선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는 '몸 상태만 괜찮으면 경기 감각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나가는 게 맞다, 나가자'고 말씀해주셨다"며 "경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부진에 빠져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도 18홈런을 날렸던 거포다. 통산 383홈런을 때려냈다. 홈런이 잘 나오는 라이온즈파크에서 활약에 더 기대가 쏠린다. 박병호는 "저 또한 그런 것에 기대를 하고 싶다. 사실 장타력이 떨어지면 값어치가 떨어지는 유형이다.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돼 점수를 많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타자가 되고 싶다"며 "(라이온즈파크에 대한) 기억은 좋다. 제가 생각해도 한 번씩 시리즈를 하면 올해 이전까지는 (홈런을) 하나씩은 쳤던 것 같다. 야구장의 집중도도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은 낯선 푸른색의 유니폼이지만 꼭 맞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번 트레이드가 각 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필요로하는 걸 해야 한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첫 번째 트레이드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던 친정팀 키움과 격돌한다. 박병호는 "조금 웃겼다. (오)재일이도 (친정팀인) 두산과 경기를 한다"며 "안 그래도 어제 키움 선수들에게 연락도 받았다. 트레이드 됐는데 바로 야구장에서 만나게 되는 거니까 그런 것도 재밌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팀을 옮겨 예전 팀을 상대하는데 유니폼 색깔만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전히 어색하고 마음이 복잡한 건 사실이다. 박병호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약간 붕 떠 있었다"며 "그래서 연습할 때는 어려움도 있었는데 이 또한 시간이 지나가면 적응되니까 컨트롤을 잘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진만 감독도 박병호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어제까지는 적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한 팀의 일원으로 희로애락을 같이 해야 하는 선수이고 빨리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라고 이야기했다"며 "앞으로 빠르게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주장 이하 전 선수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박병호에게도 바라는 점이 있다. 베테랑이자 한국을 대표했던 거포로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전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 감독은 "박병호 선수가 와서 전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한테 좋은 본보기가 될 걸 기대해 그런 얘기를 했다"며 "젊은 야수들이 많기 때문에 박병호에게 먼저 다가가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노하우 등을 알려주며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병호 선수도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적 과정에서 불거진 소문들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나섰다. 박병호가 자신의 욕심으로 방출을 요청했다는 것이었는데 박병호는 고개를 저었다. "(트레이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제가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KT와) 뭔가 진행을 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그게 4월부터였다. 제가 경기에 많이 못 나가고 있는 상태였고 구단에서도 저를 2년 동안 쓰다가 이렇게 되니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도 대수비도 편하게 못 내보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야구 인생이 마무리가 돼가는 시점인데 트레이드를 이미 알아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해서 대화를 하다가 (구단에서) '조금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은퇴하기는 너무 아쉽지 않냐'고 말씀해주시면서 트레이드가 잘 안됐을 경우 웨이버 공시를 요청해 다른 팀으로 가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게끔 해주시겠다고 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병호는 "그런데 어제 감독님을 뵙고 다시 한 번 말씀하신 건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삼성에 가서 마지막으로 야구를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격려를 받았다. 저도 감독님께 'KT에 와서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얘기를 잘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박병호 스스로는 물론이고 이강철 감독 또한 이대로 은퇴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컸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 은퇴하는 걸 상상해봤는데 깔끔하게 물러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그런데 올 시즌에는 부진했다. 이건 깔끔하지 못하다. 이런 생각에 (감독님과) 그런 대화가 오갔고 감독님께서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불편함도 있었기에 삼성에 가면 KT에 있을 때 보다는 조금 더 기회를 갖지 않겠냐고 하셨다. 아마 삼성을 컨택트하신 이유도 야구장의 환경이라든지 그런 것도 생각을 해주신 것 같다. 정말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박병호에겐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넥센으로 트레이드 돼 기량을 만개했고 이후 KT까지 수도권 지역에서만 활약했다. 원정 때의 이동거리의 문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낼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대구를 안방으로 활용하게 되며 많은 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그냥 그럴 때일수록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을 해봤다"며 "야구 선수들은 트레이드 등 선수의 의견이 아닌 팀 간 논의로 결정된다. 이런 것도 한 번 적응해 봐야 하는 과정이고 이런 것도 야구 선수로서 삶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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