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부터 챙기겠다더니···”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분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생부터 챙기겠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여당은 피해자들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호소를 기어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정부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며 윤 대통령에게 재의를 요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자동폐기 됐다.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우선변제금 상당(보증금의 약 30%)을 먼저 변제한 뒤 임대인에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당사자 책임인 사인 간의 거래 피해를 다른 일반 국민의 혈세로 구제하는 것은 법적 문제는 물론 사회 상규상 맞지 않다며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보증금반환채권도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폈다. 정부는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감정가보다 싸게 경매로 매입한 뒤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익) 만큼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대책위는 윤 대통령이 특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내놓은 사유에 대해 “사실과 다르거나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내놓은 LH 매입 방안 역시 보증금반환채권의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며 “무분별한 전세대출을 진행한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피해실태조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후회수’ 방안에 대해 수조원의 혈세가 쓰인된다고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하다가 특별법 개정을 하루 앞두고 LH매입방안을 발표했다”며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는 35조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하면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은 다른 사기와 형평성을 운운하며 재정지원을 거부한다는 것이 더 분노하게 하는 점”이라며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 방안마저 거부한 정부·여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가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여기서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법 개정안 촉구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5282108005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08133001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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