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홈런으로 작별 선물 전한 오재일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지난 3년··· 이제는 KT 우승 위해 뛰겠다”[스경x현장]

심진용 기자 2024. 5. 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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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로 트레이드 이적한 오재일이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KT 오재일(38)이 29일 바로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오재일은 전날 박병호(38)와 1 대 1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KT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이 이날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얼떨떨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오재일은 “부랴부랴 짐 싸서 오늘 아침에 올라왔다. 아직은 정신이 안 돌아오고 있다”고 웃었다.

오재일이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건 전날 대구 키움전이 끝나고 나서였다. 오재일은 “경기 마치고 옷 갈아입는 중에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래도 마지막에 한 번 쳐서 팬들께 인사를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키움전 9회말 대타로 나서 홈런을 쳤다. 그의 말대로 대구 홈팬들에게 홈런으로 작별 선물을 전한 셈이다.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박병호와도 길게 통화를 했다. 공교롭게도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 두 사람이 서로 유니폼을 맞바꿔 입는 셈이 됐다. 오재일은 “병호는 제일 친한 친구인데, 친구끼리 트레이드가 되는 게 조금 웃기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이어 “병호가 ‘나 때문에 너까지 갑자기 팀을 옮기게 된 것 같다’고 많이 미안해했다”면서 “괜찮다고 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잘하면 둘 다에게 잘된 일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꽤 오래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과 마지막 인사 때는 “너한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다치지 말고 가서 열심히 잘하라”는 격려를 받았다.

프로 인생 황혼기에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야구장에서 워낙 오래 본 사이들이다 보니 새로 팀을 옮겼지만 어색함은 없다고 했다.

오재일은 “한 타석, 한 타석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고, 좋은 결과가 지속되다 보면 시합도 많이 나갈 거다. 또 시합을 못 나간다고 해도 제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일은 이어 “저는 야구를 되게 재밌게, 즐겁게 하는 사람이고 표정이 밝은 사람인데, 최근에 야구가 좀 안 돼서 처져 있는 게 있었다”면서 “이제 팀도 바꿨으니 더 재밌게 야구 하려고 한다. 후배들에게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거 같아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오재일도 올해가 FA 마지막 시즌이다.

오재일이 바깥에서 바라본 KT는 투타 모두 강력한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었다. 외국인 원투펀치,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은 특히 상대하기 힘든 투수들이었다. 오재일은 “쿠에바스는 정말 몇 년째 제일 싫었던 투수인데, 이제 같은 팀에서 뛰게 되니 너무 좋다”며 “벤자민한테도 좀 전에 같은 팀이 돼서 좋다고 말했다. 쿠에바스한테도 말을 해야겠다. 같은 팀이 되니 너무 좋다.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재일은 “제가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KT도 이제 올라갈 거다. 우승해야 한다”고 넉살 좋게 웃었다.

급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야구 외적인 부분도 아직 정리를 못 한 게 많다. 가족들은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당장 살 집 등을 고민해야 한다. 오재일은 “그래도 이번 주는 내내 원정 경기니까 다행”이라며 “이번 주 안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2021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까지 3년 조금 넘게 뛰면서 타율 0.256에 60홈런을 때렸다.

오재일은 “지난 3년 동안 야구장 안팎에서 정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처음 대구에 갔을 때도 정말 많은 환영을 해주셨고, 또 떠난다고 하니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제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3년이었다”고 삼성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새로 합류한 KT 팬들을 향해서도 “KT가 우승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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