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술집'에 빗댔다…젊은 의사가 말하는 전공의 '안 돌아오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4. 5. 29.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돌아오지 않는 이유 분석한 15학번 의사
(서울=뉴스1)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토론회에서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가 '무엇이 젊은 의사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은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칭한다.2024.5.29/뉴스1 Co /사진=(서울=뉴스1)

"우리나라 병원은 술은 싸게 팔되 안주로 수익을 내는 '가성비 술집'이었는데, 이젠 정부가 안줏값마저 통제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전공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까요?"(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서울대 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진행한 '모두를 위한 의료 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심포지엄에서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무엇이 젊은 의사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가'란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빗댔다. 그는 15학번으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의대생이었다.

그는 "한국 의료시스템에서 급여 진료는 값싸고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원가의 90%까지 수가를 보전해주겠다고 할 정도로 원가 이하의 수가에 대해 국가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자분을 비급여로 충당하는 구조였는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가운데 '혼합진료 금지'와 '비급여 통제' 항목은 전공의들을 분노케 했다"고 말했다.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비급여를 통제하겠다는 건, 마치 가성비 술집에서 안주 가격을 그대로 하게 하고, 술 가격도 함께 제한하겠다는 셈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채 홍보이사는 "전공의 30명과 대화했더니 정부가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수용한다 해도 병원으로 돌아올 확신을 아무도 갖지 못했다"며 "이는 전공의들이 정부에 대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세 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첫째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증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 채 이사는 "한국은 지난 20년간 압도적으로 빠르게 의사 수가 증가했다"며 "10만 명당 의사 수가 미국·일본보다 가파르게 늘었다는 점이 그 근거"라고 했다.

둘째는 '27년간 의사들의 반대 때문에 증원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채 이사는 "2004년 당시 보건복지부 서신열 보건자원과장이 '전문 의료인력 수급정책 방향'을 제목으로 한 기고문에 따르면 그는 2012년 이후 한국 의사 인력의 과잉 공급이 예상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정부 측에서 의사 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의사 수가 적어서 적절한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원인이라고 본 정부에 대해서도 그는 반기를 들었다. 그는 "(뇌출혈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의 경우만 봐도 10만 명당 신경외과 의사 수는 북유럽이 0.96명, 북미 0.82명. 서유럽 0.87명이지만 한국은 6.76명으로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그 예로, 지난해 10월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며 "통제가 아닌 현황 파악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정작 필수의료 패키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유출된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다음날(2월 1일) 발표된 필수의료 패키지엔 없는 '삭제된 조항'이 있었다"며 "그 삭제된 조항 가운데 '노골적인 비급여 통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데도 젊은 의사들이 정부 정책을 온전히 신뢰하고, 의료를 개혁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반문했다.

채 이사는 "정부가 의사들이 미래를 약속하면서 '이렇게 개선하겠다'고 어음을 내밀어도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상태"라며 "심지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주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당장은 어떤 약속을 해주기 어렵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우리가 예전처럼 대학병원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을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라며 "월급을 (비필수의료보다) 적게 받더라도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하는데, 정부가 신뢰를 주지 않는다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