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파업 예고한 날...주가는 3.09%나 떨어졌다
"6월 7일 집단 연차 쓰기로...대응 단계 높일 것"
DS 부문 성과급 0% 이후 노조원 수 크게 늘어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후 사상 처음이다.
전삼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의 행태에 지금 이 순간부터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우선 파업 지침 1호로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 카드를 꺼냈다. 전삼노 조합원이 한꺼번에 연차를 사용해 사업에 차질을 주겠다는 것이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날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도 시작했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고, 4월 17일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 24일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회견 전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다시 교섭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전삼노는 노조탄압 중지, 성과급 산정 제도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0% 산정에 노조 폭풍 가입
파업 선언의 배경이 된 건 성과급 제도다. 삼성의 대표 성과급 제도인 초과성과이익금(OPI)은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경제적부가가치(EVA)에 따라 지급되는데 전체 연봉의 최대 30~40%에 달한다. 한데 이 EVA를 산정하는 세부 기준이 공개된 적이 없다. 여기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5년 만에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며 올해 초 DS 직원의 OPI가 0%로 정해진 뒤 전삼노는 급속히 세를 불렸다. 조합원 수는 지난해 말 8,000명에서 다섯 달 만에 2만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임직원(12만4,200명)의 22.5%다. 이 때문에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된 것을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노조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28일 교섭에서 전삼노가 노조위원장에게 부상을 입힌 사측 교섭위원의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결정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가 조정 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땄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이 DS사업장 소속으로 추정돼 조합원 전부가 6월 7일 집단으로 연차를 쓴다면 반도체 사업 일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다만 7일이 현충일(6월 6일)과 주말 사이 징검다리 연휴라 상당수 직원들이 이미 휴가를 낼 예정이었고 전삼노의 쟁의권 확보 후 1·2차 집회에 모인 조합원이 각각 2,000명 수준인 걸 감안할 때 파업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월 셋째주 금요일 자유 휴무일에 쉬는 임직원이 6만 명"이라고 말했다. 전삼노도 이런 한계를 인식해 "2·3차 추가 단체 행동 지침으로 사측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파업 강행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 우려도 나온다. 삼성 5개 계열사 노조가 하나로 모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전삼노가 조직화와 위력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쟁의행위가 삼성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직원도 "이게 파업이냐" VS "순한 맛 파업" 의견 갈려
노조의 집단 연차 사용을 삼성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리나라 법률에 파업을 정의한 조항은 없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에 파업 참가자 수를 '근로 의무가 있는 근로 시간 중 파업 참가를 이유로 근로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공하지 아니한 자의 수'로 정의했다. 이로 인해 노동계는 파업을 통상 '출근 일에 근로를 중지한 쟁의 활동'으로 봤고 노조의 기자회견 직후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삼성전자 직원들도 "정확한 의미의 파업은 아니다", "순한 맛 파업" 등 의견이 갈렸다.
넓은 의미로 볼 때 파업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부장 출신인 정승균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집단 연차 사용이 사회적 의미의 파업에 들어가진 않을 수 있다"면서도 "업무에 차질을 주려는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넓은 의미로 보면 파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삼노의 파업 선언에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주가는 장 초반 보합세를 유지하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오전 11시 이후 급락해 전날보다 3.09% 내린 7만5,200원에 마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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