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빅 브러더'와 AI, 그리고 주권

조윤주 2024. 5.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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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러더'는 사회학적 통찰과 풍자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나온 용어다.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소설 속의 사회를 감시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 참석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역 주권(소버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용한 소설이 조지 오웰의 '198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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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 정보미디어부 차장
'빅 브러더'는 사회학적 통찰과 풍자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나온 용어다.

선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로도 쓰이나,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 수단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소설 속의 사회를 감시한다. 사회 곳곳은 물론 가장 개인적 장소 중 하나인 침실과 화장실에도 설치돼 개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통제의 고삐를 죈다. '빅 브러더'의 통제 속에 있는 '1984년'의 세계 속에서 과거는 지워졌고, 지워졌다는 사실마저 잊혀서 허위가 진실이 돼 버린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 참석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역 주권(소버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용한 소설이 조지 오웰의 '1984년'이다. 이 창업자는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란 구절을 인용해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빅테크 AI로 형성되는 시장 패권 구도를 경계했다.

AI 기술 개발과 시장 패권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소수의 빅테크가 장악하면서 최근 소버린 AI는 세계 각국이 가장 주목하는 어젠다로 부상했다.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하는 소버린 AI는 AI 주권을 말한다. 여러 시각의 공존과 문화적 다양성을 살리려면 다수의 AI 모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네이버는 AI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국어 기반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8월 공개한 초거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X'는 한국판 AI 성능평가 체계 'KMMLU'에서 오픈AI와 구글의 AI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 독자적 초거대 AI를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사실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기술경쟁에선 다소 밀려나 있다. 특히 최근 빅테크들은 천문학적 자금을 AI 기술경쟁에 투입하며 국내 개별 기업으로선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에 대한 주권적 역량을 갖추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업의 주도적 노력뿐만 아니라 '미래 전략'이란 큰 그림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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