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메타 'GPU 사재기'…"엔비디아 주가 더 간다"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5.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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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비디아 주가 어디로
챗GPT 등장이후 주문 쏟아져
3년간 600% 올라 1200弗 넘봐
PER 40배 과열 우려에도
"실적 탄탄해 추가상승 여력"
"MS·애플 비해 시장규모 작아
시총2위 쉽지 않아" 비관론도

◆ 엔비디아 시대 ◆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천비디아'를 훌쩍 넘어 1200달러를 넘보고 있다. 이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엔비디아 주가가 어디까지 상승할지에 쏠린다. 지금이 고점이라는 '거품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이 전 세계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멈추지 않는 한,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질주도 계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 애널리스트는 "챗GPT 발표 전까지만 해도 2023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챗GPT가 전 세계 성장률을 그야말로 '멱살 잡고' 끌어올리지 않았느냐"면서 "앞으로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구글 직원 8명이 만든 '트랜스포머'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성형 AI'는 모델 크기가 커지고 데이터 양이 많아질수록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성형 AI는 한계에 도달한 '무어의 법칙'을 깨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전 속도가 놀랍다.

생성형 AI의 대표주자인 오픈AI의 챗GPT는 2022년 11월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처럼 텍스트로 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사람과 음성으로 실시간 대화하고, 짧은 문장만으로 1분 길이의 고품질 동영상을 만들어낼 정도로 발전해 AI 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진화한 AI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하려면, 엄청난 양의 엔비디아 AI 반도체(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하다. 전 세계 테크 공룡들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 챗GPT와 경쟁하는 AI 제미나이를 만드는 구글, 개방형 AI인 라마3를 만드는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엔비디아 GPU를 사들이는 이유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블랙웰을 가장 빠르게 도입할 것이라며 자랑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가 GPU 10만개를 구매해 'AI 기가팩토리'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빅테크업계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이 되고 주가까지 움직이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엔비디아 왝더독' 현상이다.

엔비디아 GPU의 '록인효과'도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는 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들이 경쟁사로 빠져나가고 싶어도, 나가기가 워낙 힘든 구조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서만 130%, 3년간 600% 올랐을 정도로 '과열 상태'다. 향후 1년간 실적 전망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에 계속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지금이 AI 혁명에 따른 인프라 대전환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KKR은 올 2월 보고서에서 2030년이면 빅4 테크기업(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의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의 50%가 AI 관련 작업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는 30%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톰 리 펀드스트랫 설립자는 1990년대 시스코와 AI 시대 엔비디아를 비교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인터넷이 부상하면서 시스코 주가가 크게 뛰었듯이, AI 시대에 엔비디아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시스코의 PER이 100배까지 뛴 것에 비하면 엔비디아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벤 라이치스 멜리우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세금 및 이자 차감 전 순익 마진 69%는 놀라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AI 수요가 탄탄하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맥쿼리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더릭 해브마이어는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AI 활용이 보편화되면 현재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추론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거품론도 있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NYU) 교수는 "전체 AI 시장에 비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다"면서 "엔비디아의 지금 가치를 합리화하려면 반도체 시장 말고 다른 시장을 엔비디아가 정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와 오피스, 윈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비자 기기 시장을 지배하는 애플에 비하면 엔비디아의 시장 규모는 훨씬 작다는 것이다. 현재 AI 붐이 버블이라는 의견도 있다. 테크 분석 전문가로 유명한 스콧 갤러웨이 NYU 교수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산한 시장 가치는 AI 붐이 일면서 3조달러나 급증했지만 앞으로 이 회사들이 AI로 늘릴 수 있는 매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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