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에 ‘갈등 씨앗’ 뿌린 광주시…커지는 ‘尹 민생토론회 불참’ 논란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4. 5. 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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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의 상생에 엇박자…전북과 개최 순서 놓고 싸움 불씨
광주·전남 상생은 허울 좋은 구호뿐…“‘상생’ 말할 자격 없어”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의 대통령 민생토론회 공동 개최 거부가 전남과 전북 등 인접 지자체와의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전남과는 상생에 금이 가고, 전북과는 개최 우선 순서를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특히 전북 일각에선 광주보다 먼저 1순위로 열려야 한다며 전북 홀대론까지 거론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이웃 간 다툼'으로 비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는 지난 1월 4일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해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모두 25차례나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민생토론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굵직굵직한 지역별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와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 토론회는 4·10 총선거를 앞둔 선거 개입과 관권선거 논란으로 중단됐다. 가는 곳마다 지역현안에 대한 선심성 보따리를 풀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잠시 중단되면서 광주를 포함해 전북, 제주, 경북 등 4곳에서는 아직 민생토론회가 열리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연합뉴스

광주시는 갈등 유발자?

내막을 들여다보면 민생토론회가 열리지 않은 광주와 전북, 제주, 경북은 차이가 있다. 광주가 스스로 개최를 거부한 반면 나머지 지역은 정부 사정으로 인해 미뤄졌기 때문이다. 애초 광주·전남 민생토론회가 지난 3월 14일자로 잡혔다. 하지만 광주시가 전남과의 공동 개최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예정됐던 민생토론회 개최 사흘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역자치단체별로 개최돼온 민생토론회가 현안이 다른 광주와 전남만 공동으로 개최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만약 수긍될만한 이유 없이 공동 개최가 추진된다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남 민생토론회로 축소돼 장소도 전남도청으로 결정됐다. 광주시는 전남도와 공동을 하게 될 경우 군공항 이전 문제나 광주·전남 반도체 공동 특화단지 등 공통 이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과 어긋난 상생…"저잣거리 산수에 쓴웃음"

이에 대한 전남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전남도는 비록 절제된 표현을 썼지만 강 시장의 보이콧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남도는 "광주시가 공동개최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언급할 게 없다"면서도 "도는 계획대로 추진한다. 대통령실에서 공동 개최를 하든 단독 개최를 하든 도는 민생토론회에 임하겠다는 의미다"고 밝혔다.

민선 8기 들어서도 광주시와 전남도는 여러 상생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첫 발은 내디딘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는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광주·전남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서남권원자력의학원 건립 △광주·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추진 △광주·전남 광역철도 건설 △광주·전남 고속도로 건설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 유치 △광주+전남 연계 에너지신산업 협력 확대 △탄소중립·에너지대전환 기후동맹 선언 등 총 11개 신규과제를 발굴하고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와 전남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상생의 핵심은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며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현안사업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광주·전남 상생을 통한 지역발전을 약속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광주와 전남이 역사적인 대도약과 공동번영을 함께 이루길 바란다"면서 합을 맞췄다. 이에 따라 공동혁신도시발전기금 조성 합의, 광주 화순 동복댐 관리권 일부 이양 등 광주와 전남의 해묵은 갈등을 일부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일로 상생의 진정성에 '금이 갔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민생토론회 공동개최에 광주시가 엇박자를 내면서 '상생구호'가 허울 뿐 아닌가하는 상생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커졌다. '상생의 핵심은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는 강기정 시장)의 발언이 '말 뿐인 상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관가에선 "민선 8기 광주시와 전남도의 매끄럽지 않은 상생 협업이 민생토론회 참여 여부를 놓고도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강 시장의 민생 우선 실용주의가 정치 논리에 앞서야 광주의 현안 해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7월 28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서로 손을 잡고 상생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광주시

전남의 바닥 민심은 더 험악하다. 상생 구호를 외치다가 정작 본론에 들어가면 '밥그릇 챙기기'가 본색을 드러내고 상생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로지난해 탈락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지역상생 1호 협력사업'인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가 꼽힌다. 양 시도는 전남 장성군 인접 지역에 991만7355m² 규모의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20022년 7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새 정부 기회 발전 특구의 첫 번째 모델로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유치전 막바지에 이르러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올인 했다. 전남도는 광주시와의 상생협약을 지키기 위해 이차전지 분야 신청을 포기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고심 끝에 신청 마지막 날 소재·부품·장비산업 특화단지를 추가로 신청해 지정에 성공했다. 다걸기를 했다가 탈락한 전남도는 고개를 못 든 반면 당시 광주 시가지 곳곳에 유치 성공을 홍보하는 환영 현수막이 물결을 이뤘다. 

강 시장은 올해 4월 광주민간군 공항 통합 이전과 관련 "올해 유의미한 진전이 없다면 플랜 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전남도는 "'다른 대안'이나 '플랜B' 언급은 공항 이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광주시장의 플랜B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등 상생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전남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한 인사는 "광주시가 단독개최하면 '1'인 몫이 전남도와 공동개최로 현안이 묻혀 '0.5'로 쪼그라들 것이란 단순 '산수'를 기초로 한 저잣거리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에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며 "전남과 함께하면 광주시 현안이 묻힌다는 이유로 한낱 민생토론회조차 공동으로 열지 못한 처지에 놓인 광주시는 거대 담론인 '광주전남 상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광주 vs 전북 개최순서 경쟁구도…전북홀대론 불붙나

갈등 전선은 다른 곳에도 있다. 결과적으로 민생토론회 시즌2 개최 순서를 놓고 광주와 전북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서다. 전북지역에선 윤 대통령이 전북을 최우선 방문지로 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다음 토론회 지역으로 유력하게 떠올랐다가 중단된 만큼 전북이 민생토론회 개회 1순위가 돼야한다는 논리다. 전북자치도는 민생토론회 관련 동향을 살피며 빠른 시일 내 도내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도 최근 대통령실을 찾아가 조속한 개최를 건의했다.  

전북지역 언론도 전북자치도의 기조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지역 일간지들은 앞다퉈 사설과 기사에서 '민생토론회, 전북에서 먼저 하는 게 맞다' '尹 민생토론회 전북 1순위 찾아야' 등의 제목을 붙이고 여론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전북을 제치고 광주에서 먼저 열리기라도 한다면 '전북홀대 2차 가해'라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 태세다. 전북지역 한 유력 일간지는 사설에서 "새만금 SOC 예산과 각종 국가사업에서 보이지 않은 차별을 받았다. 이로 인해 도민들은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첫 재개 지역으로 전북을 선택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북홀대론은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가 중단되면서 제기됐다. 전북자치도는 당시 3월 민생토론회 개최를 목표로 행정안전부와 안건까지 사전조율을 마친 상황이었으나, 총선 이후로 일정을 순연하자는 정부 요청에 따라 미뤄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방문에 기대를 갖고 있던 전북 지역에서는 정부의 노골적 '전북 홀대'로 실망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전북정가 한 인사는 "전북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많은 매번 다양한 분야에서 홀대를 받으며, 실망감도 적지 않다"며 "이제라도 전북을 최우선적으로 방문해 지역의 현안을 살피고 민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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