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처지, 1986년생 동갑…팀 맞바꾼 오재일과 대화한 박병호 “굉장히 친한 사이, 마무리를 잘 해보자고”[스경X현장]

김하진 기자 2024. 5. 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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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가 29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38)가 그라운드에 섰다.

전날 박병호는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최근 박병호가 소속팀 KT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KT는 카드를 맞춰보다가 삼성과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오재일이 KT로 옮겨가게 됐다. 삼성은 좌타자가 많아 우타 자원이 필요했다.

속전속결로 트레이드가 진행됐고 28일 경기가 끝난 뒤 공식 발표됐다.

박병호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후 직접 운전을 해 대구까지 내려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3시간 동안 무슨 생각으로 운전해서 왔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릴 때 트레이드 된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는 좀 다른 것 같다. 나이가 있는 상태로 왔고 이게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서 좀 잘해야한다는 걱정들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트레이드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LG에 소속되어 있던 2011년 트레이드로 넥센에서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2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었다. 새 둥지를 찾던 박병호에게 손을 내민 팀이 KT였다. KT와 3년 총액 30억원이라는 조건에 계약했다.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하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데뷔 후 세 팀에 몸담았지만 주로 수도권에 있던 박병호는 대구를 홈구장으로 쓰는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처음으로 지방팀에서 뛰게 됐다.

여러모로 어색한 상황이다. 게다가 트레이드 상대가 동갑인 오재일이다. 박병호는 우타자, 오재일은 좌타자로 유형은 다르지만 두 명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하나다. 장타도 이들의 장점이다.

올시즌에는 부침을 겪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박병호는 44경기에서 타율 0.198 3홈런 10타점에 그쳤다. 오재일도 4월 초 한 차례 2군행을 통보받았다. 올해 22경기 타율 0.234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트레이드 직후 오재일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트레이드 당사자가 오재일이지 않나. 재일이와 원래도 굉장히 친한 사이다. 삼성 선수들도 팀 동료들을 떠나 보낸거라 어느 정도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라며 심경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재일이와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트레이드가 됐지만 야구할 날이 정말 많지 않기 때문에 팀을 바꿨어도 끝 마무리가 잘 되는 쪽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트레이드 직후 마주하는 팀이 친정팀이라는 우연도 겹쳤다. 29일 삼성은 박병호가 몸담았던 키움과 맞대결을 하고 KT에 합류한 오재일은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만났다.

박병호는 “재일이도 두산이랑 해서 약간 웃기긴 했다”라며 “키움 선수들에게도 연락도 받았다. 팀을 옮겨서 예전 팀을 상대로 하는 건데 유니폼 색깔만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열심히 서로 다 잘 해야한다”고 말했다.

KT와 작별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강철 KT 감독과의 대화 내용도 전했다. 대구로 내려가기 전 잠실구장을 들러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했다던 박병호는 “어제 감독님을 뵈었는데 감독님이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삼성에 가서 마지막으로 야구를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격려를 받았다. 나도 KT와서 정말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29일 훈련하는 삼성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병호는 이번 트레이드가 양 팀에 ‘윈윈’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이번 트레이드가 각 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찌됐든 내가 해야한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가 홈구장으로 쓰게 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이고 장타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좌우 외야 펜스가 99.5m고 중앙은 122.5m다.

박병호는 2016년 개장한 라이온즈파크에서 통산 42경기를 소화했다. 153타수 46안타 15홈런 36타점 타율 0.301 등을 기록했다. 그는 “홈런 하나씩은 쳤던 곳이었다. 야구장이 집중도 잘 되고 좋은 곳이었던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2005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곧 마흔을 바라보는 베테랑이지만 박병호에게 이번 트레이드는 새로운 도전이다. 삼성이라는 새 팀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노력해야한다는 점을 잘 안다. 박병호는 “적응하는 것도 야구 선수로서 삶의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올시즌 삼성이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책임감도 더 크다. 박병호는 “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필승조들의 역할이 많이 강해졌다”며 “김영웅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활약을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찾아가고 선배와 후배들의 조화가 좋다고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날 훈련을 정상적으로 마친 박병호는 6번 지명타자로 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5일 키움전 이후 경기 출전 감각에 대한 공백이 조금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일단 경기 출전을 권유했다. 박병호는 “감독님이 몸이 괜찮다면 경기 감각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나가는게 맞다고 하셨다”고 했다.

박병호는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팀에서 어떤 활약을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KT 팬들에 대해서는 미안함도 적지 않다. 박병호는 “다시 홈런왕을 한 곳도 KT 였고 가을야구도 진출했고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KT라는 팀에 적응하는데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팬분들에게 선수 생활 마지막을 KT에서 하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해왔고 상상했는데 중간에 떠나버려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감사하다가도 결국에는 많은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줄곧 52번을 달고 뛰었던 박병호는 삼성에서는 59번을 달고 뛴다. 52번은 기존 외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는 박병호를 향한 환영의 메시지가 띄워졌다. ‘삼성맨’ 박병호의 야구가 시작된다.

박병호를 향한 환영의 메시지가 띄워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대구 | 김하진 기자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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