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한창인데 삼성노조 첫 파업선언

전삼노 "내달 7일 돌입"
강행 땐 창사 이후 최초
위기감 확산속 노조 리스크
외국인 매도에 주가 3% 뚝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회사 창립 이래 첫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1969년 창사 이후 삼성그룹 첫 파업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산업에서 잇달아 경쟁 기업에 밀려나며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겹악재가 터져나온 것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29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음달 7일 단체 연차를 파업의 시작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 선언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이 재차 결렬된 게 발단이었다. 28일 본교섭에서 노조가 사측 위원 2명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활동 중인데, 조합원 수가 2만8000여 명에 달하는 전삼노가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소수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의 순수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신생 노조를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이날 "최근 전삼노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상급 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반도체(DS) 직원이 다수인 전삼노의 파업 선언까지 나오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날 파업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09% 내린 7만5200원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4253억원에 달한다.

[박승주 기자 / 오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