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이 훗날 도모하자고 회유했다” 작심한 이정근의 발언에 법정 ‘술렁’

김현지 기자 2024. 5.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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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증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돈봉투 살포, 송영길에 보고했다”
송영길, ‘훗날 도모’에 “기억 안 나”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시사저널 최준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훗날을 도모하자'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9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당시 이곳에 찾아간 남편을 통해 책을 보냈다. 그 책에 메모를 적어서 보냈다. 송 전 대표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이 책에 훗날을 도모하자는 내용이 있었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기 전에도 소나무당의 한 변호사가 나를 접견했다. 그때 송 전 대표의 편지를 꺼내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물어봤다. 회유와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증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5월29일 송영길 전 대표의 재판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송 전 대표에게 캠프에 들어온 부외자금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사실에 대해서도 인지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증언의 배경으로 송 전 대표의 회유를 거론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그러면서 "검찰에선 여러 차례 (책에 적힌) 그 내용을 말해달라고 했지만 말한 적 없다"며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내가 검찰 회유를 당한 것처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게 훗날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솔직하게 말하고, 판단은 사법부와 지지자 등 각자의 몫으로 맡기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건 몸통으로 송영길 지목한 '송영길의 사람' 이정근

"송영길 후보에게 (지역본부장 등에게 교통비를 하라며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을) 보고했을 땐 해야 한 일을 한 것처럼 일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5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말했다. 돈봉투 살포 의혹은 송영길 전 대표 캠프가 2021년 3~4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현금이 담긴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관여한 대목은 특히 논란이 됐다. 송영길 전 대표 캠프는 같은 해 4월27~28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300만원씩 봉투 20개)을 의원들에게 건넨 의혹을 받는다. 돈봉투 살포 시점은 당 대표 후보들 간 지지율이 좁혀진 때다. 송 전 대표는 결국 1%포인트 미만의 근소한 차로 상대 후보를 꺾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2022년 대통령선거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관리 등 대선을 이끌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사건의 핵심 증인이다. 송영길 전 대표의 캠프 조직본부에서 활동하며, 캠프 자금을 돈봉투에 나눠 담아 윤관석 전 의원 등에게 건넸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에게 캠프 상황을 수시 보고하기도 했다. 그는 송 전 대표 체제에서 당의 살림살이를 맡는 사무부총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사건의 '몸통'이 송 전 대표라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돈봉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사실도 거론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을 체크해야 한다'는 취지로 송 전 대표에게 말한 데 대해 "송 전 대표가 (봉투를 받은 인물이) 누구라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체크했다. 그분들은 다 나를 찍는다'며 자신하면서 말했다"고 했다.

"송영길, 돈봉투 보고받자 '잘했다'...관심 많다는 의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관련한 대목도 등장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강 전 상임감사는 이 전 사무부총장과의 통화에서 지역본부장 등에 대한 돈봉투 전달에 대한 보고와 관련해 '송 전 대표가 잘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송영길 후보(전 대표)는 대체로 본인이 알아야 하거나 궁금해하는 것 이외에 대해선 답변이 굉장히 짧다. 길게 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 잘했다. 수고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굉장히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면 답변하지 않거나 고개만 끄덕인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18년 선거 유세에서 사회자의 제안으로 송영길 전 대표에 업힌 모습. ⓒ오마이뉴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특히 "(송영길 전 대표에게 캠프 부외자금을 보고한 것은) 모든 선거캠프의 불문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 당사자의 캠프 아닌가"라며 "기여자들은 이른바 '보험'을 드는 것인데, 중간에서 배달 사고나 보고가 안 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과 서삼석 의원이 캠프에 돈을 전달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송영길 전 대표에게 다소 불리한 증언이 나오자 법정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소법정을 가득 채운 20여명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숨과 야유가 뒤섞였다. 한 지지자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겨냥해 "저렇게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하느냐"고도 했다. 송 전 대표 역시 재판 도중 눈을 감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 밖 '법정 폭로' 직후에 당황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이에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마주해 해명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송 전 대표는 "'나를 믿고 훗날을 함께 도모하자'고 책에 쓰여 있었다"고 말한 이 전 사무부총장에게 "기억이 안 나는데, 희망을 가지고 이겨내자는 취지로 썼던 걸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초췌한 모습과 남편에 위로를 드린다. 힘내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무부총장은 답하지 않았다.

송영길 전 대표는 1월 돈봉투 살포 의혹 등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전 대표에겐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 대한 6650만원의 살포 과정에 관여 ▲외곽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이 가운데 "먹사연이 캠프에 상주하며 캠프를 운영했고, 이들 대부분은 당대표 부속실에 근무했다"는 등의 증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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