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특활비·출장비 등 공개하라"...뉴스타파, 감사원 상대 정보공개 소송 1심 승소
뉴스타파가 감사원에 제기한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출장비 등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1심 승소했다. 감사원은 '정보공개 시 감사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감사원은 해당 예산들에 대한 집행 내역을 거의 전부 비공개해 왔다.
이번 판결에 감사원은 "항소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검찰의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상황이다. 감사원이 항소한다면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뉴스타파, 감사원의 예산 집행내역 공개소송 '1심 승소'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뉴스타파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제기 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법원은 출장비 일부 내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11월,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와 감사원 직원들의 출장비 등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2)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의 출장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감사원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실태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예산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특히 실지감사(직원을 피감기관 등 현지에 파견해 수행하는 감사)를 명목으로 매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출장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출장비 수준이 적절한지는 전혀 검증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감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의 국내 출장비 총액은 2020년 53억여 원, 2021년 39억여 원, 2022년(1~8월까지의 기간) 31억여 원이다. 이외에 감사원은 직원 연수 목적의 해외출장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시 공공기관은 예산 집행내역과 관련 증빙자료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전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공정한 감사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취재진은 감사원에 어떠한 업무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감사원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 같은 감사원의 답변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2022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또 감사원이 비공개 결정을 할 즈음인 2022년 12월에는 서울고등법원이 원심 유지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비용 지출내역이 공개되면 수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검사들이 언제 어떤 숙소·식당에서 얼마를 썼는지 안다고 해서 수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였다. 즉, 감사원은 이미 법원에서 기각된 논리를 근거로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의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 감사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그리고 소송 제기 1년 5개월 만에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 감사원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모두 공개하라"
감사원의 소송 대응은 '시간 끌기'나 다름없었다. 첫 변론기일(지난해 7월 7일)이 열리기도 전인 지난해 4월, 검찰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등 사용 내역 및 증빙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미 법적 판단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미 '완패'한 검찰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의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가 공개되면, 감사원의 감사·정보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법원이 해당 예산 자료들을 들여다보니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법원이 확인한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서에는 집행 목적이 '심의 안건 검토, 안건 심의 관련(심의활동비)', '현장조사활동' 등 추상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문서만 보고, 감사원이 어떤 감사·정보 활동을 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중에는 집행 목적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 오찬', '국회 보고 관련 경비', '부산보훈병원 위문금'인 것도 있었다. 감사원의 직접적인 감사·정보활동 전혀 무관한 비용 지출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감사 활동의 방법·범위·대상·동선·인력 규모 등이 노출된다거나 감사 업무의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의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특수활동비의 경우,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현금으로 수령해 사용하고, 현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집행내역과 증빙자료는 따로 보관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특수활동비 현금을 수령한 일자와 현금 액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출장비도 '일부 공개' 판결... '사유·기간·인원' 빼고 다 공개
감사원 직원들의 출장비 집행 내역 및 증빙자료에 대해선 '일부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출장 사유', '출장 기간 및 인원' 관련 정보를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는 판단이다.
소송 과정에서 감사원은 출장비 사용 내역을 모두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제, 어디로 출장을 갔는지 알게 되면 "감사관의 동선이 노출돼 감사의 밀행성을 해치게 된다"는 이유였다. 또 감사원은 "감사 업무 담당자들이 출장비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우려해 적극적인 감사 활동을 주저함으로써 감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일정 정도 수용했다. 하지만 모든 출장비 정보를 비공개해도 좋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비공개 가능 범위는 '일부 정보'로 한정됐다.
재판 중 법원이 들여다본 감사원의 출장비 관련 서류는 감사실시계획서와 감사자료 수집계획서, 감사 사무분담표 등이다. 여기에는 감사 관련 '출장 사유' 정보(감사 종류, 감사 사항, 실지감사를 요하는 이유, 중점사항 , 접근 방법 등), '출장 기간 및 인원' 정보(출장기간, 감사자, 감사자료수집 담당부서 및 인원, 실지감사 인원 또는 출장자의 이름·직급 등)등이 기재돼 있었다.
법원은 이 두 가지 정보만 비공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정보들이 공개될 경우 "감사원의 감사 방식·기법이 노출돼 피감기관이 향후 유사한 종류의 감사를 받을 경우 그에 대해 대처함으로써 감사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두 가지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공개 대상은 건별 출장 장소, 출장비 액수 및 관련 증빙자료(지출결의서·영수증·카드내역서·기차표·비행기표·카드전표 등)등이다.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 측은 '출장지가 공개되면 감사관의 동선이 노출돼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동선이 노출돼도 출장 사유를 공개하지 않으면 어떤 감사 활동에 관한 동선인지 확인할 수 없어 감사 방법·기법이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했다.
항소는 또 다른 '시간 끌기'... "감사원, 법원 판결 수용해야"
취재진은 감사원에 연락해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과 항소 계획 등을 물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항소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진행한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는 감사원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항소해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감사원이 제출한 자료들을 열람하고서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감사원이 항소한다면, '시간 끌기' 목적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특히 감사원은 출장비 관련 정보를 모두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감사원은 다른 기관의 예산 사용을 감사하는 기관이면서도 스스로는 철저하게 정보를 비공개해 왔다. 감사원부터 투명해져야 감사원이 감사하는 다른 공공기관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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