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은 슬픔을 공부로" 고졸 검정고시 합격한 73세 만학도

이찬선 기자 2024. 5.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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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쌓인 응어리를 어찌 풀까 했는데, 공부하니까 그게 풀어지더라고요."

지난 9일 '2024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합격의 기쁨을 안은 박영희 씨(73‧충남 서산)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하여 이듬해 9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올해 5월 고졸 검정고시도 연이어 합격한 박 씨는 공부하면서 어려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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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씨, 가족 도움으로 온라인 검정고시 시작
충남사이버검정고시학습센터 중·고졸 연속 합격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박영희씨.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제공) /뉴스1

(충남ㆍ서산=뉴스1) 이찬선 기자 = “오랜 세월 쌓인 응어리를 어찌 풀까 했는데, 공부하니까 그게 풀어지더라고요.”

지난 9일 ‘2024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합격의 기쁨을 안은 박영희 씨(73‧충남 서산)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검정고시 학습사이트인 충남사이버검정고시학습센터의 학습자 중 최고령 합격자다.

박 씨는 학령기 시절 딸들은 교육시키지 않았던 가정환경 때문에 이어가지 못했던 학업에 대한 열망으로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서 왜 나는 오빠들처럼 학교에 보내주지 않느냐고 부모님에게 따졌어요. 그래서 나는 내 자식이 생기면 아들 딸 차별 말고 똑같이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죠.”

박 씨가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몇 해 전 남편이 작고한 뒤 슬픈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친구를 따라갔던 평생학습관에서 만나게 된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검정고시 공부는 그의 희망의 끈이었다.

그는 “돌아가신 남편 생각에 밭을 매면서도 울고 하루하루가 우울했었는데 집중할 게 생기니까 마음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검정고시 준비는 자녀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검정고시 학습을 위해 처음 컴퓨터를 배웠다는 박 씨는 모르는 과목을 반복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온라인 검정고시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박영희 씨가 풀었던 검정고시 모의고사 시험지. /뉴스1

컴퓨터는 아예 할 줄 몰랐던 박 씨에게 자녀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제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까 자식들이 컴퓨터도 설치해 주고 친척분들한테 타자도 배웠지요”

돈 안 들이고 검정고시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에 가입하고 동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수업 듣는 방법만 여러 번 해서 익혔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하여 이듬해 9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올해 5월 고졸 검정고시도 연이어 합격한 박 씨는 공부하면서 어려움도 컸다.

무엇보다 농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응급실까지 간 적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끝까지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남은 생은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으로요”

틈만 나면 사이버 검정고시 학습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동영상 켜서 반복해서 익혔다.

“60대까지는 정말 할 만하고 70대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가장 좋은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스스로 당당해진 것”이라는 박 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겸손해야지 하면서도 속으로 너무 좋은 거예요. 음식하다가도 혼자 책 보다 가도 문득문득 좋아서 혼자 웃어요.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행복이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 씨는 몸이 아프기 전까지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며 학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chans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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