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예견된 하루살이떼의 서울 '급습'…"유전적 다양성 높아 더 심각해질 것"

이채린 기자 2024. 5.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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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2사 1루 LG 박해민이 타격을 준비하던 중 벌레를 쫓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최근 서울 한강변을 중심으로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 출몰 신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더해 포식자에게 잘 잡아먹히지 않고 유전적 다양성도 높은 생태학적 특성 때문에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출몰하는 '대발생' 가능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9일 해충방제기업 '세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동양하루살이 같은 하루살이목 곤충들이 2022년 대비 2배 가량 포집됐다. 올해 1~4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배 많이 잡혔다. 북한강과 한강 유역이 만나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나타났던 동양하루살이 떼는 최근 3년간 서울 성동구, 송파구 일대 등 한강 하류 지역에서도 출몰하고 있다. 

동양하루살이는 사할린하루살이, 가는무늬하루살이, 무늬하루살이를 비롯해 국내에 나타나는 하루살이속(Ephemera) 중 하나다. 유충으로 유속이 느린 강에서 굴을 파고 1, 2년 살다가 번데기와 성충 사이의 시기인 '아성충'으로 변태한다. 이때 수면 위로 올라와 한 번 더 탈피한 성충은 사나흘 동안 살고 번식을 위한 군무를 춘 뒤 교미를 하고 2000~3000개 알을 낳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 대발생은 국내에서 흔히 발생해온 현상이지만 최근 서울 도심에서 정도가 심해지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동양하루살이의 집단발생이 처음 보고된 건 2008년 전라남도 광양시였다.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는 "사람들의 생활권이 강변으로 확장되며 동양하루살이를 마주하기 쉬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동양하루살이를 비롯한 여러 수서곤충이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다. 한국은 장마 기간에 강수량이 80%가 몰려 있는 몬순기후였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장마와 태풍이 수서곤충의 유충을 쓸어내리는 등 개체수 조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장마가 약하게 오며 한강 하류에 유충의 밀도가 높아졌다"면서 "이 상황에서 올해 번식 시기에 내린 비가 한강 하류에 있던 유충을 한강 곳곳에 퍼뜨려 서울 용산구, 마포구까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따뜻해지며 생장이 빨라져 성충이 되는 시기가 빨라진 것도 대량발생을 앞당겼다. 

전국 지자체에서 동양하루살이를 퇴치하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하루살이를 유전적으로 분석 중인 고려대 부설 한국곤충학 연구소의 강지현 연구교수는 "대발생하는 동양하루살이의 유전자를 조사했더니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높았다"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는 건 환경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의 적응력이 뛰어나 바퀴벌레처럼 뛰어나 어느 환경에서도 잘 번식해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동양하루살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동양하루살이 발생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물속 유충을 제거하거나 성충에 살충제를 분무하지는 않는다. 이에 포식자를 이용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도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남양주시는 월문천과 한강에 동양하루살이를 잡아먹도록 포식자인 미꾸라지 치어 27만 마리를 방류했다. 

김 교수는 "동양하루살이의 유충이 태어나 활발히 활동하고 성충이 나타나는 현상이 동시 발생한다"면서 "물고기, 양서류 등의 포식자 입장에서는 굳이 유충을 사냥하기보다는 수면 위에 낮게 나는 아성충이나 성충을 잡아먹는 선택지를 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강에 동양하루살이를 잡아먹어 개체수를 조절할 만큼 포식자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동양하루살이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감염병을 옮기진 않는다.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먹지도 않고 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루살이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인 탓에 해외에서는 하루살이 수가 지나치게 감소하면 수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동양하루살이는 물 속 유기물질을 걸러 먹어 수질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관상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동양하루살이 개체 수를 조절은 필요해 '빛'을 이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삼육대, 환경부는 현재 '오징어배'처럼 한강 중앙에서 빛을 이용해 대량으로 동양하루살이를 유인해 잡기 위해 어떤 광원에 동양하루살이가 가장 반응하는지 실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상가나 주거 지역에서 조도를 낮추고 암막커튼을 이용해 빛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딱 동양하루살이는 오후 6~9시만 활동하기 때문에 이 시간만 노력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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