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 풍선' 260개 도발…타이머로 분변테러 노려
바람 타고 거창까지 날아가
軍, 화생방·폭발대응팀 투입
"北, 저급한 행위 당장 중단"
한밤 공습경보 재난문자에
일부 지역 주민들 불안떨어
김여정 "성의의 선물" 비아냥
북한이 28~29일 이틀간 남쪽을 향해 260여 개에 이르는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 군과 경찰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도발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며, 하루 새 날아온 풍선 개수로는 가장 많다.
2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측 오물 풍선이 접경지인 강원도와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충청·전라·경상도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성남·평택시 등 주택가에서도 풍선이 신고됐을 뿐 아니라 바람을 타고 접경에서 300㎞ 이상 떨어진 경남 거창군에서도 발견됐다.
군은 이날 화생방 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을 투입해 경찰과 함께 땅에 떨어진 북측 풍선을 일일이 수거하고 있다.
군이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풍선에는 분변으로 추정되는 오물은 물론 각종 생활 쓰레기가 매달려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풍선이 자동으로 터지도록 만든 장치도 수거됐다.
합참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남 전단 살포 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사전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대책을 세워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대남 풍선은 민가뿐만 아니라 공항, 고속도로 등에 낙하해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2016년 당시 북측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 중 일부는 차량과 주택 지붕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합참은 "북한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면서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오물 폭탄' 공세는 지난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일부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한 것에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국민에게 강한 불쾌감을 안기는 방법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자체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오물 풍선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며 "계속계속 주워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 발표를 통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남쪽에 오물 풍선을 날리겠다'고 예고했다. 북측은 담화에서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후방) 지역에 살포될 것이며 이를 수거하는 데 얼마만한 공력이 드는지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8일 밤 지자체들이 주민들에게 '위급 재난 문자'로 상황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자체들은 경보음과 함께 발송된 문자에 "북한 대남 전단 추정 미상 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일각에선 경보 문자에 '공습(air raid)'이라는 표현을 써서 오히려 과도하게 불안감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에 체류 중인 일부 외국인들은 해당 표현이 들어간 문자를 받고 불안감에 떨었다는 이야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과잉 대응이라도 용인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오물 풍선을 직접 접한 주민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혹시 모를 생화학 테러 등을 걱정하며 불안에 떤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강원도 철원군, 파주시 등 접경지를 중심으로 오물 풍선이 전국 각지에서 목격됐다. 간밤에 재난 문자를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주민들은 북측의 비상식적 처사를 비판했다.
강원도 인제군의 한 주민은 "재난 문자를 두 통인가 받고 혹시 북한의 생물학적 테러는 아닌지 가슴을 졸였다"고 말했다. 거창군에 사는 성 모씨(40대)는 "우리는 대북 전단에 초코파이 등 먹을 것도 매달아 보낸다는데, 북한에서는 생활 쓰레기를 날려 보냈다니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인제 이상헌 기자 / 창원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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