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온이냐 투온이냐 … 운명의 11번홀서 승부 갈린다
첫날·둘째날 369m 파4홀
최종일엔 280m로 확 줄여
내리막 포함하면 235m
장타자들 원온 공략 가능해
버디 이상 잡아야 우승권에
방신실은 드라이버 잡고
황유민은 우드 선택할 듯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티샷 연습을 두 번 이상 하며 고심을 거듭하는 한 홀이 있다. 경기 양평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 스타·휴 코스의 파4 11번홀이다. 첫날과 둘째 날,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일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가 달라지는 만큼 선수들은 어떤 전략을 꺼내들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31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대회가 더스타휴로 돌아온 건 5년 만이다. 2019년 이후 더스타휴가 아닌 다른 골프장에서 대회가 진행된 만큼 출전 선수들은 전략 세우기에 다른 대회보다도 더 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11번홀의 첫날과 둘째 날 전장은 369m다. 최종일에는 티잉 그라운드가 앞으로 당겨져 280m로 변신한다. 거리만 보면 일반적인 파4 홀들처럼 두 번째 샷으로 핀을 노리는 공략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의 고저 차가 45m나 되는 만큼 최종일에는 선수 대부분이 원온을 시킬 수 있다. 최종일 기준으로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 중앙까지는 직선거리가 235m밖에 되지 않는다. 2019년과 비교하면 11번홀의 전장은 첫날과 둘째 날이 동일하다. 최종일 기준으로는 5년 전 273m에서 올해 280m로 7m 늘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드라이버샷 거리가 증가한 만큼 원온 성공 확률은 이전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티샷 한 번으로 그린까지 공을 보내기 어려운 만큼 선수 대부분이 투온 공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일에는 다르다. 방신실, 성유진, 이동은 등 장타자는 원온에 도전해 이글 또는 버디를 노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2위에 이름을 올린 방신실은 최종일에는 드라이버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쪽 티잉 그라운드에서 쳤을 때는 충분히 원온이 가능하다. 캐리 거리가 그린 주변까지 나오는 만큼 방향만 맞는다면 버디 이상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몇몇 장타자는 뒷바람이 불 때 3번 우드로도 충분히 그린까지 공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1번홀의 성적이 중요한 것은 최종일 우승자의 향방을 정할 수 있어서다. 2017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최혜진은 이글을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2019년 이 대회 공동 9위 이내의 선수들은 챔피언 박민지를 포함해 7명의 선수가 버디를 잡아내기도 했다. 파를 해도 타수를 잃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만큼 11번홀에서 어떻게 버디를 잡을지와 관련해 선수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황유민은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1위에 자리한 장타자이지만 원온이 아닌 투온 전략을 세웠다고 전했다. 황유민은 "원온을 노리는 것보다 100m 이내에서 웨지샷으로 버디를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린 오른쪽에 물과 벙커가 자리한 만큼 단 한 번의 실수로 더블보기 이상을 적어낼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무조건 공격보다는 상황에 맞춰 치는 확률 높은 골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번홀과 4번홀 등 파4 10개 홀이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더스타휴의 파5 4개 홀도 타수를 쉽게 줄일 수 없게 세팅됐다. 파5지만 웬만해서는 투온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전장이 길기 때문이다. 더스타휴 파5 4개 홀에서는 웨지 또는 아이언으로 세 번째 샷을 한 번에 집어넣는 것을 제외하고는 퍼터로 이글을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5년 전보다 파4 10개 홀과 파5 4개 홀이 어려워진 또 하나의 이유는 페어웨이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2019년에는 페어웨이 폭이 35~40m였다. 그러나 올해는 난도를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 폭을 25m 이하로 만들었다. 파3 4개 홀은 모두 미들 아이언 이하의 클럽으로 핀을 노릴 수 있지만 타수를 잃지 않으면 성공이다. 굴곡이 심한 2단 그린에서 퍼트를 해야 하는 만큼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파3 4개 홀에서 이븐파를 목표로 잡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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