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반응”… 침몰 중인 태국 보트에서 韓 관광객 구한 남성 정체

박선민 기자 2024. 5. 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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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투어 중 침몰한 배.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 김씨가 해양경찰청 게시판에 공유했다. /해양경찰청

“배에서 내리세요!”

서귀포해양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해양경찰이 태국에서 침몰한 보트 승객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이 해경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운전자까지 우왕좌왕 중일 때 이 같은 말로 상황을 재빠르게 통솔했고, 결국 인명피해 없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이 같은 사연은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 중 한명인 김모씨가 지난 13일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직접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하면서 알려졌다.

글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씨를 비롯해 한국인 관광객 총 4명은 태국의 유명 수상 시장에서 현지 운전자가 조종하는 보트를 타고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앞서 지나간 보트가 일으킨 거센 물결에, 관광객들이 탄 보트가 중심을 잃고 수로 벽에 부딪히면서 가라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운전자는 배를 수면 위로 되돌리려 엔진을 후진 작동시켰으나, 되레 배 뒤편으로 물이 빠르게 찼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상황을 수습해야 할 현지 선장조차 당황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했다. 그사이 물은 관광객들 허리춤을 넘어 턱밑까지 차올랐다. 김씨는 “운전자는 당황해서 배를 만지고만 있었고 한국인을 대피시키거나 구조하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등의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물이 저희 목 아래까지 차올랐지만, 저희는 너무 당황해서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때 보트에 함께 탄 관광객 중 한명이 “배에서 내리세요!”라고 소리친 뒤 물에 뛰어들어 관광객들의 구조를 도왔다. 우왕좌왕하던 관광객들은 이 남성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뒤 배에서 급하게 탈출을 시도했다. 그렇게 모두 수로 벽 위로 탈출했을 때, 배는 완전히 침몰한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해 주는 등 수습을 도왔다.

알고 보니 능숙하게 상황을 통솔한 남성의 정체는 서귀포해양경찰서 5002함 안전팀 소속 김민성 경장이었다. 김씨는 “사고 후 저희를 구해주신 분이 해경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저희의 목숨을 구해주신 김민성 경장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이뤄진 언론 인터뷰에서 김 경장은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했다. 김 경장은 JIBS에 “보트 선장이 운전에 미숙했던 것 같다”며 “제가 봤을 때는 이대로 계속 앉아 있으면 보트와 함께 승객들이 물에 빠질 게 뻔해서 바로 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 밖으로 모두 구조를 돕고 나서 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 훈련을 많이 해놓은 덕분에 구조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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