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한 잔의 술이 가져올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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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는 전통시장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해제된다고 한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해제와 잔술 허용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공급과 수요 모두에 이득이 돼야 한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면 전통시장이 없는 곳에서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거나 잔술 판매를 금지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역효과를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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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술 판매 작은 변화도 큰 영향
EU의 범용인공지능 규제
산업 전반 혁신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도 폐해 가능성
서울 서초구에는 전통시장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해제된다고 한다. 이제 이 지역 대형마트들은 연중무휴로 영업하면서 e커머스와 경쟁하기 위해 새벽 배송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유통의 치열한 온·오프라인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공급자인 대형마트는 더 바빠지고 힘들겠지만, 매출 증가를 기대하면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인 서초구 주민들은 이제 언제든지 장을 볼 수 있게 돼 이런 변화를 반긴다. 공급과 수요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비자 후생은 증가할 것이고 공급자 후생도 최소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덤이다.
기획재정부는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음식점에서 잔술 판매를 제한해왔던 시행령을 개정했다. 병 단위로 판매하지 않으면 제재받을까 눈치를 보던 공급자(주류를 판매하는 요식업)가 이제는 잔 단위로도 나눠 팔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가볍게 한두 잔만 하고 싶었던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공급자의 판매 옵션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형마트와 달리 요식업계는 잔술 판매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 보인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해제와 잔술 허용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공급과 수요 모두에 이득이 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다른 모든 상황에 변화가 없을 때' 선택권이 다양해지면 사회적 후생은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모든 상황'에 변화가 없을 수는 없으며, 관련 경제 주체들이 영향을 받는 정도에 따라 실질적 효과가 달라진다. 여기서 문제는 다른 모든 상황, 특히 공급에 미치는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변화에 있다.
잔술 판매의 경우, 대다수 소비자가 그것을 반기는 반면 공급자인 요식업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인터뷰를 보았다. 대부분이 소규모인 요식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잔술 판매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수록 기존의 판매 방식을 바꿔서 잔술까지 제공해야 하는데, 위생 관리를 위한 냉장고 등 시설 투자와 남은 술의 재고 관리 등 전반적인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비용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영세 요식업자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프랜차이즈와 같은 대형 요식업만 유리해질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대다수가 소규모인 요식업과 같은 산업에서는 작은 제도적 변화에도 공급 생태계 전체가 출렁이는 다이내믹스를 보일 때도 있다.
이로부터 연상되는 사례가 범용인공지능(AGI)을 놓고 벌어지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규제 경쟁이다. AGI 규제에 대해 선언적 입장만 취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공급자나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심각할지도 모르는' 부작용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서 사회적 후생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으로 불리는 미국 AGI 빅테크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EU 시민의 선택권을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 이상으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도전적 혁신이 필요한 AGI 응용을 비롯해 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EU의 입김에 따른 선택적 혁신이 갓 태동한 미스트랄이나 알레프 알파와 같은 역내 신생 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깎아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면 전통시장이 없는 곳에서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거나 잔술 판매를 금지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역효과를 겪을 것이다. 그 폐해는 소비자에게도 크게 미친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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