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고준위 특별법 폐기에 원전 중단 우려 확산
2030년부터 임시저장시설 포화…원전 가동 중단 우려
원전 가동 후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이 결국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해 지도부 합의까지 끝난 사안이지만 정쟁에 의해 좌초되면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28일 21대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재의 요구로 돌려보낸 '채상병 특검법'은 부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전세사기 특별법)' 등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5개 법안은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법안이다.
반면 처리가 시급하고 여야 간 이견도 적은 민생 법안은 무더기로 폐기됐다.
대표적인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고준위특별법안'이다.
'고준위특별법안'은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설과 중간 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안에 있는 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 중이다. 1978년 고리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45년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1만8600t에 달한다.
이들 저장시설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2년 고리원전(조밀저장대 적용 시), 2037년 월성원전 순으로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저장시설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원전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원전이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산업과 생활을 뒤흔들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국회는 모두 3개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법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용량 등 핵심 쟁점에서 대립해왔다. 특히 중간저장시설을 비롯한 관리시설의 확보 시점 명시 여부와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용량 규모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야당은 원전이 당초 설계된 수명을 기준으로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과 정부는 계속운전을 전제로 저장시설을 설계수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더 크게 지어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다행히 여야는 총선 이후 '해상풍력특별법'과 함께 '고준위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막판 통과가 예상됐지만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이 이어졌고,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도 오르지 못한 채 폐기됐다.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법안소위와 산중위, 법사위, 본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22대 국회가 시작돼도 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특검법을 둘러싼 정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경우 국회 원 구성 절차부터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여야가 관련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중간저장 시설 부지 선정이라는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어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과거 9차례에 걸쳐 방폐물처리장을 건설하려다 해당지역의 극심한 반발로 결국 실패했고,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건설 당시에도 상당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대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 처리가 무산돼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 합의까지 끝난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돼 매우 안타깝지만 여야 모두 특별법 필요성은 공감하는 만큼 산업부 등과 협력해 차기 국회에서 하루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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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문석준 기자 pressm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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