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삶엔 감사 대신 남탓만 있어"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5.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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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이다.

스님을 다시 만난 것이.

큰일을 연거푸 겪고 나서 스님은 행복 대신 고통에서 벗어나는 삶을 추구한다.

스님은 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있다'거나 '없다' 하는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는 연기론적 속성을 표현하는 약속된 언어"라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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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저자 원영스님
십대에 홀연히 출가했지만
마흔 전에 혈연들 줄초상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 끝
고통 벗어나는 무상 알게 돼
반야심경 하루 스무번 독송
집착에서 벗어나는 힘을 줘

딱 10년이다. 스님을 다시 만난 것이. 마흔 살 스님은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글쓰기도, 방송도 잘해야지 하는 열정이 넘쳐났다. 쉰 살 스님은 달라졌다. 그사이 스타덤에 올랐지만 더 욕심을 내지 않고 결과주의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불광출판사)을 펴낸 원영 스님(50)이다. 스님이 주지로 있는 서울 성북구 청룡암을 찾았다. 아담한 절엔 스님이 홀로 있었다.

"마흔에는 반야심경을 이해 못했어요. 공(空)이나 연기(緣起)라는 불교 가르침보다는 무상(無常)이 가장 와닿았던 때죠. 가족 줄초상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죠.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지금은 불교의 가르침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를 바꿔야 내 주변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스님은 마흔이 되기도 전에 부모 형제 대부분을 암으로 잃었다. 10대 때 출가했지만 고향에서 전해진 잇단 비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혈연의 죽음을 한꺼번에 경험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풍파였지요. 슬럼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경전 공부나 참선을 통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무탈하고 무난하고 평온한 삶이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좋은 삶이라는 것을 터득했어요."

큰일을 연거푸 겪고 나서 스님은 행복 대신 고통에서 벗어나는 삶을 추구한다.

"뭔가 행복이라 하면 달콤한 솜사탕 같은 게 생각나는데 그런 것을 추구하다 보면 평정심을 잃는달까. 기분이 좋으면 그게 행복이지, 대단한 능력이나 성공이 아니라 바람 한 줄기에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일본 교토 하나조노대에서 '대승계와 남산율종'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불교방송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마음 간호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스님도 반야심경을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오십 년의 세월이 걸렸다. "반야심경은 260자로 짧지만 한 줄 한 줄 이해하기는 쉽지 않죠. 가장 기본이 뭐냐면 '오온(五蘊)이 공(空)하다'는 말이죠. 오온은 육체에 해당하는 '색'과 정신 작용인 '수·상·행·식'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오온을 이루는 게 나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공하니 집착할 게 없다는 것이죠. 슬픔도 기쁨도 무던하게 지나갈 수 있어요."

스님은 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있다'거나 '없다' 하는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는 연기론적 속성을 표현하는 약속된 언어"라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라고 말했다. 반야심경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스님은 "하루 스무 번쯤 반복해서 외우다 보면 변화가 시작된다"며 "온갖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스님의 달력에는 일정이 비는 날이 하루도 없다. 매주 수요일에는 근처인 흥천사에서 경전 강의를 한다.

"절에 다녀도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도하고 염불하고 경전 공부하는 것은 내 삶을 바꾸려는 방편이지요. 불행한 삶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빠져 있어요. 고통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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