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천의 낙하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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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폰, 비닐 같은 한없이 투명하고 가벼운 것의 낙하를 상상해보자.
공기의 흐름을 따라 부유하다 지상에 낙하하기 직전 작가의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한다.
얇디얇은 비닐을 말 그대로 캔버스에 붙여놓은 것 같은 '스터디 레이어' 시리즈는 캔버스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그간 다채로운 소재의 구상화를 그려오던 작가는 정물의 대상을 점점 더 화폭에서 지워가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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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하늘 등 그리기도
시폰, 비닐 같은 한없이 투명하고 가벼운 것의 낙하를 상상해보자. 공기의 흐름을 따라 부유하다 지상에 낙하하기 직전 작가의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작가가 있다.
캔버스를 하나의 장막처럼 연출하는 레이어(Layer) 연작으로 유명한 홍성준(37)의 개인전이 서정아트 부산과 서울에서 6월 28일까지 동시에 열리고 있다.
'Where did it come from'을 주제로 각각 파트1·2로 이름 붙인 두 전시는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극사실적이면서도 시각적 착시를 만들어내는 회화를 선보인다.
얇디얇은 비닐을 말 그대로 캔버스에 붙여놓은 것 같은 '스터디 레이어' 시리즈는 캔버스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백색 아크릴 물감을 겉테두리에 발라서 울퉁불퉁한 질감을 일부러 만들었다. 사포로 1000번 이상 갈아야 캔버스가 완성된다. 왜 고단한 노동을 했는지 묻자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회화에 대해 고민하다 텍스처와 물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손으로 깎아 만든 캔버스는 디지털 회화를 벗어나려는 내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그간 다채로운 소재의 구상화를 그려오던 작가는 정물의 대상을 점점 더 화폭에서 지워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사물을 그리는 건 덜어내고, 덜어내길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지된 순간을 그리는 작업은 물방울과 하늘로도 확장됐다. '공기의 층위'는 거대한 물방울이 겹쳐 있는 순간을 묘사한다. '터치 더 스카이'는 정방형이 아닌 울퉁불퉁하면서도 타원형의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캔버스 위에 비행에서 만났던 하늘을 그려넣었다. 전시장 벽에는 어슴푸레 주황빛이 캔버스 뒤로 스며나온다. 캔버스 뒤에 칠한 물감이 조명에 반사돼 마치 노을처럼 벽을 물들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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