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한국 투자 공식: 쿠팡·야놀자·당근 괜찮을까
네이버 지분 노리는 日 소뱅
영미권 투자 실패 아시아서 벌충
경쟁자들에게 무차별 현금 살포
야후의 브랜드, 라인의 기술 눈독
소프트뱅크 손마사요시 회장이 투자한 한국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첨단기술 기업이자 한국에서 성장하지만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기업이다. 결국 한국 증시엔 상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공식이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에 이어 투자했던 쿠팡·야놀자·당근·크레프트의 운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소프트뱅크는 라인 사태 초기부터 꾸준히 지배 지분 인수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사진은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29/thescoop1/20240529171147073kjdo.jpg)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6일 만났지만,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라인 지분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을 해왔고,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이 라인의 보안 사고와 관련한 행정지도를 통해서 '라인야후의 모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내 경영 체제 재검토'를 지시해 발생한 일이다. 기시다 총리는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며 이 사태를 보안 문제로 축소해석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2019년 12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합병 공시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분율이 50.0%로 같지만, 소프트뱅크가 이사회 5명 중 3명을 지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공시에는 라인야후가 소프트뱅크 계열사라고도 기재돼 있다. 라인야후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 역시 법적으로 네이버와 무관하다. 라인플러스의 지분 100%는 라인야후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 네이버가 이번 라인 사태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줄곧 선명하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다름 아닌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라인야후 측은 지난 5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간에는 직접적인 자본 관계나 인적 관계가 없다"며 "라인플러스는 앞으로도 라인야후 산하 기업으로서 대만이나 태국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의 해외사업 분할 가능성도 "현시점에서 그럴 예정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라인 사태가 알려진 직후에도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9일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협의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이사회 비율은 소프트뱅크가 더 높고, A홀딩스를 이미 컨트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이미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은정 라인플러스 대표도 지난 5월 14일 "우리는 네이버가 아닌 라인 직원"이라며 "네이버와 특수관계이긴 하지만 별도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소프트뱅크로서는 야후재팬 대신 일본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라인을 자신들의 사업 전면에 내세우는 게 유리하다. 소프트뱅크는 항상 기술, 브랜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9년 라인 인수는 기술력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는 미국에서 가져왔다.
미국 야후와 1996년 야후재팬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을 때도 소프트뱅크는 경영권을 챙겼다. 야후재팬의 소프트뱅크 지분율은 36.4%로 야후의 지분율 35.5%보다 많았다. 야후가 2017년 사업권을 미국 버라이즌으로 넘긴 반면 소프트뱅크는 지분율을 오히려 높여 지배주주가 됐다. 소프트뱅크가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할 때 야후재팬 브랜드가 전면에서 활약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결국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배 지분 확보라는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했다. 총무성은 소프트뱅크 사업 상당 부분의 주무부처다. 소프트뱅크는 벤처캐피털이지만, 일본 위주로 통신·인터넷·커머스 사업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지시로 알뜰폰 사업을 방해하던 소프트뱅크가 물러선 적도 있다. 2015년 알뜰폰 회사인 일본통신은 일본에서 아이폰을 독점 서비스하던 소프트뱅크의 회선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일본통신은 2016년 총무성에 장관의 업무 개시 명령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총무성 장관의 의지를 확인한 소프트뱅크가 결국 2017년 협상에 응했다.
정부의 영향력이 큰 일본 산업계에서 주무 부처와 기업의 관계는 긴장 일변도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일본 정부가 지분을 32% 이상 보유한 통신사 NTT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도 했다.
와세다대학 경영대학원의 오사나이 아쓰시 교수는 ⌜반도체 역전 전략⌟이라는 책에서 "일본 기술기업이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면 기술자가 기술적으로 옳은 말을 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기술자의 말을) 기업과 정부가 이해해야 한다"며 삼위일체설을 주장했다.
라인 사태에서 지배 지분 확보에 열중하는 소프트뱅크 경영진들을 보면,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다른 한국 회사들의 미래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소프트뱅크가 직접 투자한 한국 회사는 쿠팡,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다.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서는 여행 플랫폼 야놀자에 베팅했다. 2000년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서 수많은 한국 기술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투자 전략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00년부터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서 한국에서 당근, 루닛, 하이퍼커넥트 등 기술 스타트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손마사요시 회장은 이 회사를 지난해 자신의 친동생 회사인 디에지오브에 넘겼고, 올해 사명을 SBVA로 변경했다.
둘째, 한국에서 성장한 기업들이지만 미래 성장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다. 한국에서 벌어서 해외에 투자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쿠팡은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로 2021년 일본(2023년 철수)과 싱가포르, 2022년에 대만에 진출했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 투자 이후 해외로 나갔고,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매출이 390억원을 기록했다. 핀테크 회사인 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미국 증시에서 활동하는 회사다.
셋째, 한국 증시 상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야놀자는 나스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은 모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해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LY코프'라는 이름으로 거래 중이다.
![소프트뱅크 경영진은 라인플러스의 해외사업 등 라인 산하 모든 사업을 네이버에 넘겨줄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라인프렌즈 매장. [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29/thescoop1/20240529171149880iwqz.jpg)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도 향후 이 회사의 전략에 의문을 품게 한다. 첫째, 영미권 국가 기업 투자에 실패하고, 이를 아시아 투자 기업 지분 매각으로 벌충하는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공유 오피스 회사 위워크,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미국 유전자 검사 회사 인바이테, 기업용 메신저 슬랙 등 영미권 기업 투자에서 큰돈을 잃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 지분을 청산하며 1000억 달러(약 1360조원)를 챙겼다. 쿠팡에서는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33억달러어치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액 이상을 회수하고도 여전히 20% 이상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둘째, 소프트뱅크는 한 분야의 여러 경쟁자에게 투자하고 있다. 차량공유 부문만 봐도 2014년 인도 올라(Ola), 싱가포르 그랩(Grab)에 투자했다. 중국 디디(Didi)에는 2016년, 미국 우버(Uber)에는 2018년 투자했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2019년 "미국, 인도, 아시아에서 어떤 회사가 주도권을 가져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결국 소프트뱅크가 항상 승리한다"고 비판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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