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프리카와 자원외교 강화해야
정부가 다음달 4~5일 이틀에 걸쳐 아프리카 정상들을 서울에 초청해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연다.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추진하는 가운데 특히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확장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정상 회의에서 아프리카와의 개발 협력을 비롯해 우리 기업 진출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여려 측면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이 식민지와 내전을 겪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 남아 있는가 하면, 이렇다 할 산업시설도 없고 자본도 넉넉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아프리카에 미국, 중국, EU,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들이 달려들고 있다. 하지만 유독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매우 흥미롭다.
중국은 2007년부터 매년 200억 달러의 원조와 차관을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제공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적도기니의 대통령궁, 콩고와 세네갈의 주경기장에 이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한복판에 50층 규모의 아프리카 연합 본부 건물도 모두 공짜로 지어 주었다. 중국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아프리카 사회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마련한 특별 펀드 70억 달러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 그 덕에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손에 닿지 않는 국가가 없을 정도다.
눈여겨 볼 것은 중국은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한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와 협력하면서 그 어떤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내정 불간섭 원칙이다. 아프리카는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서방 세계로부터 많은 개발 원조를 받으면서 내정간섭에 시달려 왔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차관을 주는 대신 필요한 에너지와 광물 개발권을 받고 동시에 경제 발전에 필요한 기반시설 건설도 중국이 맡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 세계 광물 매장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백금 매장량의 89%, 크롬 80%, 망간 61%, 코발트 52% 등과 원유 10%, 천연가스 8%가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다. 친환경 에너지전환 및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 10개 중 리튬, 코발트, 백금을 포함한 7개의 광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 리튬, 인산염, 구리, 크롬, 다이아몬드, 알루미늄 매장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광물로는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의 코발트와 탄탈륨, 보츠와나 다이아몬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백금, 수단 금, 잠비아 구리, 나미비아 우라늄, 라이베리아 철광석, 마다카스가르 니켈 등이다. 특히 금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생산하는 광물로 34개국이 생산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수출액은 652억 달러로 천연가스와 원유를 제외하고 금이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 특히 콩코와 남아공이 자원의 보고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광물자원 부존국이다. 콩고는 다이아몬드, 금, 코발트, 구리, 희토류 등 고부가가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며 그 중 코발트와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매장량과 생산량 모두 세계 1위다. 매장량 기준 전 세계 코발트의 75%, 금의 25%, 구리의 10%를 차지하며 전자기기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는 탄탈륨에 들어가는 콜탄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80%,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콩고는 앙골라-콩고-잠비아를 관통하는 중앙아프리카 구리 벨트의 중심에 위치하여 많은 구리와 코발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때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구리, 코발트 광산개발을 위해 콩고사무소를 개설하고 광산개발에 나섰지만 현재는 철수했다.
잠비아 구리 벨트는 이미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이지만 콩고의 구리 벨트는 미탐사 지역이 많이 남아 있어 세계 주요국들이 아직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매장량은 구리 1억 5000만톤, 코발트 600만톤으로 세계 1위이다. 남아공은 전 세계 PGM(정밀유도무기) 약 75%, 망간의 약 60%, 팔라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남아공은 PGM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세계는 이미 자원전쟁에 돌입해 있다. 자원무기화를 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일찌감치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브릭스(BRICS)확대에 공을 쏟았다. 브릭스는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추가 회원국으로 가입 시켰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확장된 브릭스가 세계 희토류 및 핵심광물 대부분을 보유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에 공적개발원조(ODA)를 넘어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생태계 단계 중 원자재 확보를 포함하는 업스트림 부문과 원자재 제련을 포함한 미드스트림 부문에서 매우 취약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광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공급망 확보 및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직 미개발 지역이 상당히 존재하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되어 민‧관‧공이 함께 아프리카 자원외교를 펼쳐 공급망 확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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