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원점 재검토' 이젠 공허해" vs "증원 멈춰야"(종합)
의료계 "정상적 정책 수립 과정 따르지 않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29일 전공의들이 이탈을 시작한 지난 2월19일을 기점으로 100일째가 됐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증원을 놓고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석 달이 넘는 기간 접점을 찾지 못한 정부와 의료계는 이날도 서로의 주장을 반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원점 재검토나 전면 백지화라는 말은 이제 공허하다"며 "의대 증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한 항목일 뿐인데 이것이 모든 사회적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는 의료계가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료개혁의 파트너가 되어주시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브리핑에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집단행동으로 인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집단에 밀려, 개인의 의사와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전공의 여러분 개인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크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전공의 여러분이 복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이탈로 인해 추가 수련기간이 3개월이 넘을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미뤄질 수 있다. 지난 28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699명으로 한 달 전인 4월30일 577명보다 122명 증가했다. 211개 모든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를 합하면 총 973명이다.
박 차관에 따르면 일부 전공의들은 여가 생활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 복귀에 대한 의견을 취합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의 시기와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과는 확실하게 차이를 두고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하면서 실제 현장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고 참석자와 내용을 공개하지도 못하는 몇 번의 회의로 증원 인원을 결정했고 슬그머니 몇몇 대학의 인원을 조정해 증원 규모를 한시적으로 조정했다"며, "의료계에서 지금까지 계속 요구해 왔으나 정부가 시행하지 않았던 수가 정상화를 위한 재원 마련, 의료사고 분쟁 시 법적 안전장치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포럼에서는 복지부와 의료계가 직접 맞부딪혔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지난 2017년부터 5년 간 병원 거부로 재이송 중 사망한 환자는 3752명으로, 가장 많은 거부 사유는 전문의 부재였다며 의료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 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0년 3273명에서 의약분업을 거치며 2006년에 3058명으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년 간 6.6% 감소한 셈이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를 보면 미국은 1만8000명에서 2만8000명으로 57% 증가했고 영국은 5700명에서 1만1000명으로 93% 증가했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에는 3850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2020년에는 160%가 증가한 1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 됐다.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같은 기간 7630명에서 9330명으로 의대 정원이 22% 늘었다.
반면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과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라며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30일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규탄하는 전국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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