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5년, 폭행, 1.6억원 갈취…징역 5년 선고에 검찰 항소

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유학을 같이 간 고교 동창을 5년동안 가스라이팅해 1억6000만원을 뜯어내고 폭행해 뇌출혈까지 일으킨 2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공판부(부장검사 이재연)는 중상해, 강요, 공갈 등의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 된 A씨(25)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고교 동창 B씨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대학에 함께 유학하면서 5년간 B씨를 가스라이팅 해 1억6000만원을 갈취하고 폭행으로 뇌출혈까지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을 조종하고 지배한다는 뜻의 심리학 용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고교 동창생 B씨(24)와 일본 유학생활을 하면서 B씨가 타국 생활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외부인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고 B씨의 일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멋대로 정한 B씨의 생활규칙을 지킬 것을 강요하며 B씨가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누적 횟수에 따라 체벌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강요 때문에 ‘밥 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와 같은 보고를 수시로 해야 했다.

A씨는 생활규칙이라는 명목으로 ‘규제 위반 시 10만원부터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청구된다’ 등의 계약 내용이 포함된 문서 20여 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B씨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B씨를 존재하지 않는 게임 제작회사에 취직시켜 준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그는 B씨에게 회사가 요구한다는 핑계로 ‘게임 승수 달성’이나 ‘후기 작성’을 해야 한다고 속였다. 이후 B씨가 자신이 시킨 일을 하지 못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갚아야 한다”는 말로 B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B씨가 손해를 배상하지 못하면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대신 돈을 갚아야 한다는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하며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B씨는 생활비 80% 수준을 A씨에게 송금하는 것도 모자라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5년간 총 1억6000만원을 A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05회에 걸쳐 해당 금액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B씨가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경막하혈종, 뇌내출혈 등 중상을 입혔지만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 그는 일본 119가 출동하자 B씨가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했으며 B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관리하며 B씨의 부모 등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삭제하고 자신이 B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3일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친구인 피해자를 장기간 속여 통제하였고 갈취한 금액이 고액이다”라며 “피해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할 정도의 중한 상해까지 가하여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 회복된 사정도 없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