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째…정부-의료계-환자단체, 간극은 멀었다

김윤주 기자 2024. 5.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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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2월20일부터 100일째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정부는 "책무를 고민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불신을 심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정부와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에도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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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토론회
서울의대교수협 비대위 개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2월20일부터 100일째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정부는 “책무를 고민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불신을 심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비대위 소속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 등 의료계 인사들과 보건복지부 담당자, 환자단체 등이 참여했다.

이날 ‘정부-복지부 관점에서 제시하는 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질이나 접근성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압축 성장의 이면에는 필수·지역의료의 붕괴 위기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의료) 개혁 논의가 과거부터 있었지만 여러 이해 갈등 속에서 말의 성찬에 그치고 20년 넘게 지체됐다. 초고령사회 전환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더는 의료개혁을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의대 증원이 의료계 반발로 지연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이 근거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 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와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에도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무엇이 젊은 의사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의료계 지원 등) 지금 보여주는 행동도 없는데 앞으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정부가 신뢰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정부 발표에서) 10년, 20년 뒤 대한민국 의료의 청사진을 볼 수 없다”며 “근본적인 청사진, 해결책도 없으면서 의대 증원을 발표해 젊은 의사들의 자존감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전공의들은 근본적으로 의사로서, 전문직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련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책무에 대해서도 고민해달라”며 “‘탕핑’만이 대안인가”라고 지적했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국 신조어다.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정부와 대화하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스스로 ‘탕핑’이라고 일컫는다. 김 과장은 “신뢰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정간 대화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계에 대화를 촉구했다.

환자단체들은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간호사, 한의사 등 다른 의료계 직역이 의사들의 영역을 달라고 할 것이고 국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늦기 전에 일단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환자들은 100일간 힘들게 버텨 왔다. 전공의들은 일단 돌아와서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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