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회공헌은 착시효과?…고개 드는 휴면예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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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에 쓴 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휴면예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된 휴면예금은 3288억원으로, 서민금융 항목의 71.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김수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실적과 관련해 "휴면예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영리행위 관련 사항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들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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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풀리기’ vs ‘자율 사항’…제도 개선은 흐지부지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에 쓴 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휴면예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금액의 20% 가량이 휴면 예금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객의 잠자는 돈으로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금융당국도 이런 분류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지만, 올해도 포함됐다. 은행권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가 28일 발간한 '2023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한 돈은 1조6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969억원(32.1%) 증가한 규모다.
은행연합회가 구분하고 있는 6대 사회공헌활동 분야 중 가장 많은 금액이 쓰인 곳은 지역사회·공익 분야다. 1조121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61.9%를 차지했다. 그 뒤로 4601억원이 쓰인 서민금융이 전체의 28.1%를 기록했다. 서민금융 재원의 상당 부분은 '휴면예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된 휴면예금은 3288억원으로, 서민금융 항목의 71.4%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사회공헌활동 금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휴면예금은 금융회사의 예금이나 보험금 소멸시효가 지난 돈을 의미한다. 통상 5년간 거래가 없는 고객의 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휴면예금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분류된 휴면예금은 금융사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으로 출연해 저소득·저신용자 등을 지원하는 서민금융사업에 활용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내부에 방치된 고객의 잠자는 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것을 사회공헌활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은행 자체 재원이 아닌 만큼 사회공헌 실적을 계산할 때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금원의 휴면예금 사업 구조상 은행이 출연한 휴면예금의 일부만 서민금융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서민금융법에 따라 서금원은 휴면예금을 원권리자에게 되찾아주는 사업을 맡고 있어서다. 고객이 요구하면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출연된 휴면예금에서 원금은 보존하고, 운용을 통해 얻은 수익만으로 서민금융사업을 진행한다. 다시 말해 보고서에 실적으로 기록된 금액은 공익 목적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상당 부분은 단순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서금원이 보관하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당국의 지적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지난해 김수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실적과 관련해 "휴면예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영리행위 관련 사항 등 사회공헌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거나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들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수입 자발적으로 출연한 것…문제 없어
은행권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휴면예금은 회계상 잡수입으로, 은행이 벌어들인 돈으로 처리된다. 이를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출연하는 것 역시 의무가 아닌 자율 사항이다. 자발적으로 휴면예금을 공익 목적 사업의 재원으로 투입하는 것은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민금융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은 휴면예금 등을 휴면계정에 출연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하고 있다. 임의규정이란 당사자가 법의 규정과 다른 의사를 가지고 있을 땐 당사자의 의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은행의 결정에 따라 휴면 예금 출연을 결정하는 만큼 법적으로 사회공헌이 맞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는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취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제도가 바뀌면 따를 일"이라며 "은행들이 일부러 항목을 추가해서 사회공헌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당국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관련 제도를 개선을 추진하는 듯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1대 국회에서도 휴면예금을 서민금융 지원에 활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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